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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성숙한 保·革구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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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성숙한 保·革구도를 기대한다

입력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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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탄생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과 함께 수십 년간 정치사를 좌우하던 3김의 퇴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제야 뿌리 깊은 지역감정의 유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 있었다.이미 지난 총선을 통해 혁신세력이 등장했고 이는 우리도 보수 대 혁신의 구도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시기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17대 총선은 고질적인 지역감정 문제를 털어내고 각기 명확한 정책과 목표를 통해 지지자들의 선택을 받는 보·혁의 발전 구도로 정계를 재편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주었어야 했지만 실패했다.

세대 간 갈등과 바람의 정치라는 새로운 문제를 던져준 사례였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큰 틀의 두 정치세력이 상생할 수 있는 정치구조와 성숙한 정치의식을 추구할 때다. 그런 가운데 갈등보다는 대안 제시를 통한 건전한 정당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정치가 발전한 영국의 경우, 정당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정치 발전을 이루어냈다. 또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랜 세월 공존해 온 미국의 경우도 보수와 혁신을 대표하는 정당이 상호 견제를 통해 갈등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국가 전체 이익에 공헌하고 있다.

우리도 정치를 보수와 혁신의 구도로 새롭게 구조화할 수 있다면 지역 간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보혁 구도의 정치 구조화 작업은 많은 경험과 연륜이 필요한 민감한 작업이므로 이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와 혁신은 절대 양극단이 아니다. 정치를 조율과 타협, 이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극단적인 지역감정을 벗어나 좀더 상생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둔 보수와 개혁의 정계 개편은 이젠 미룰 수 없는 정치적 과제다.

이것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나 국가보안법 개폐보다 오히려 시급한 과제이다. 국민은 변하고 있는데 정치는 아직 그대로라면 그 정치는 이미 죽은 것이다. 지역감정 구도 속에 모호한 줄타기는 이제 접고 차라리 확실한 보수와 확실한 혁신을 자처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구름처럼 떠도는 정치개혁이나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치가 아닌, 나라를 구하고 발전적인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장성호 배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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