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이번에도 4년 전 처럼 공화, 민주 양당 후보간에 백중지세의 양상을 띠고 있어 예측을 불허한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선거제도로 알려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들의 예비선거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결말 지워지기 때문에 2000년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앨 고어가 54만여표를 상대후보(부시)보다 많이 얻고도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미 대선과 관련한 우리의 관심은 국내적으로 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 등으로 ‘내우’를 겪는 상황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결과에 따라 ‘외환’까지 불러 올지 모르는 미국 대선후보의 북한 핵문제 해법 향방이다. 후보간 첫 TV토론에서부터 양측은 북핵문제를 이슈로 격돌했다.
민주당 케리 후보는 공화당 부시 대통령이 재임중 북핵문제를 방관해 결국 북한의 핵무기가 2개에서 4~7개로 늘어났다고 주장하며 북-미 직접대화를 강조한다. 특히 핵, 정전협정, 경제, 인권, DMZ배치전력 문제 등을 북-미 포괄협상을 통해 일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유사시 선제공격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있을 수 없다"며 북-미 양자협상은 기존의 다자 틀인 6자회담을 무력화시킨다고 반대한다. 부시진영의 ‘네오콘’사이에서는 그 동안 대화와 협상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으나 허사였다며 이제 남은 것은 유엔안보리 회부나 김정일정권 교체 수순밖에 없다는 협상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선제공격권도 배제하지 않는다.
요컨대 두 후보의 대량살상무기(WMD)확산 관리정책은 클린턴행정부 당시 정치 외교적 노력 위주의 ‘비확산’(non-proliferation)에서 현 부시행정부에서는 무게 중심이 공세적 군사대응조치인 ‘대확산’(counter-proliferation)에 두어 졌다면 이제 부시행정부 2기나 케리행정부에서는 이 두 영역을 아우르는 ‘반확산’(anti-proliferation) 정책의 채택이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필자는 공화, 민주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1차 6자회담시 미측이 강조한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에 대해 북한측이 역으로 ‘미국 적대시정책’의 CVID를 보장하라는 이른바 ‘역CVID’를 주장하는 한 북핵 해결의 실마리는 가까운 시일내에 풀리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북핵문제가 이 같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측의 확산관리 정책의 중심이 공급측면(supply-side)의 접근법에 놓여 있어 핵물질의 북한 유입을 차단하거나 기존의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대증요법’ 위주이기 때문이다. 질병에 비유하면 북한의 핵무기개발 시도는 국가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화학적 ‘원인요법’을 통해 수요자체를 억지하는 방책(demand-side approach)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 스스로가 판단하여 자국의 국가보위를 위해서 핵무기가 필요 없다는 판단이 서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주위의 평화적 환경 조성이 더 시급하다는 말이다. 90년대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당시 가지고 있던 6개의 핵무기를 폐기 처분한 것은 널리 알려진 대로 스스로가 비핵화의 길을 간 것이지 국제사회가 경제제재 등 제재장치를 효과적으로 운용해서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북핵과 관련, 수요측면의 확산관리 방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기존의 인도적측면의 지원을 필두로 북-미, 북-일 외교관계 정상화를 통한 ‘외교불균형’이 시정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유럽지역에서의 안보협력기구(OSCE) 처럼 역내에 ‘대화와 협력’의 장을 구축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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