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장·등록법인들의 자사주 취득 및 처분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은 일차적으로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지만, 최근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여 우호지분에 매각하거나 상속을 위해 2세에게 매각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고 있다.◆자사주 취득 지난해보다 21% 늘어
26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 금액은 모두 5조4,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조5,349억원에 비해 20.8% 증가했다. 이 기간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금액도 지난해 7,401억원에서 올해 1조561억원으로 42.7% 늘었다. 코스닥증권시장도 올해 3분기까지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결의한 법인의 자사주 매입(예정 포함) 금액은 9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3억원의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회사별로는 삼성전자가 732만주를 3조9,929억원어치 매입해 자사주 매입 금액에서 압도적 1위였고, 포스코와 KT&G가 각각 2,850억원과 1,769억원어치를 매입해 2,3위를 차지했다.
◆주가 안정 수단으로 각광
자사주 매입 금액이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사주 취득과 소각이 주가안정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투자증권 신현호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3년 한 해를 제외하고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매년 자사주 취득 기업의 주가 등락률이 종합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신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고, 기업이 향후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방어·승계 등 용도 다양화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주가 안정 목적 외에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항한 경영권 방어나 경영권 승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사주가 활용되고 있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은 지난해 SK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등에 자사주 10.4%를 팔아 의결권을 되살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올해는 대한해운, STX, 사조산업 등이 우호지분에 자사주를 매각했다.
골라LNG로부터 경영권을 위협 받고 있는 대한해운은 지난 17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자사주 7.6%(75만5,870주)를 우호세력인 대우조선해양에 매각했다. 사조산업은 지난 13일 우호지분 확대를 위해 자사주 5만주(1.0%)를 계열사 신동방에 매각했다.
STX도 지난 5~6월 최평규 삼영 회장 측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엔토스정보기술과 텔콤 등 우호주주에게 자사주 13.4%를 넘겼다.
한화는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각한 예다. 한화는 지난 8월 보유 중인 자사주 850만주(지분율 11.34%) 중 262만주(3.50%)를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장남 동관씨 등 아들 3형제에게 장내 대량매매를 통해 양도했다. 당시 한화는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 밝혔으나 증권업계에서는 2세에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