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0)씨는 최근 국가운전면허시험장에서 2종 보통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치러 5번 만에 합격했다. 김씨는 "한번 시험 볼 때마다 코스 하나씩 익힌 셈"이라며 "4번이나 떨어졌지만 비용이 6만원 정도여서 수십만원이 드는 학원에 비해 저렴하고 떨어진 다음날에도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어 시험장이 훨씬 편리했다"고 말했다.전국 26개 국가운전면허 시험장이 불합격 시 즉각 재응시할 수 있는 등 허술한 응시 조건 탓에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연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교육 없이 단순한 반복 시험 끝에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전국 자동차전문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82만8,410명) 중 면허 취득 후 6개월 이내에 사고를 낸 경우는 0.49%(4,071명)인 데 반해 국가시험장에서 신규면허를 딴 운전자(18만7,047명)는 2배인 0.99%(1,859명)가 교통사고를 냈다.
또 음주 과속 등 5대 교통법규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도 전문학원 출신은 0.28%인 반면, 국가시험장 출신은 0.9%로 3.2배에 달했다. 전문학원 관계자는 "국가시험장이 엉성하게 면허를 내주는 것은 살인무기를 거리에 내보내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응시생들이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이른바 ‘공식’만 외운 채로 무작정 국가시험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응시료가 회당 1만원선에 불과하고 전문학원과 달리 시험에 떨어져도 바로 다음날 재응시가 가능해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학원 수강료는 면허취득 시까지 보통 40만~50만원에 달하고 단계별 시험에 불합격할 경우 5시간의 보충교육을 받아야 재응시할 수 있다. 국가시험장의 재응시 제한 규정(불합격 시 7일 이내 재응시 불가)은 1999년 1월 규제개혁 차원에서 폐지됐다.
또 전문학원에서는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을 위해 30~40시간의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국가시험장의 경우에는 도로주행시험을 위해 필요한 10시간 도로연수가 고작이다. 이마저도 응시자가 운전 교습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사인만 적어 내면 돼 극히 형식적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소양을 갖춘 운전자를 양성, 도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장에도 재응시 제한 규정을 두거나 일정 시간의 교육이수를 요구하는 등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면허시험 전 사전 교육이 의무화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안전의 출발점인 면허 취득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게 맞는 방향이지만 응시생들의 반발이 커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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