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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소원 하나…소원 둘…돌탑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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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소원 하나…소원 둘…돌탑이 되었나

입력
200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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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의 보물인 마이산(馬耳山)은 생김새부터 묘하다. 암마이봉(686m)과 숫마이봉(680m)으로 불리는 두 봉우리가 말의 두 귀마냥 쫑긋 솟은 모습은 멀리서 보아도 신비하다. 한발짝 발을 더 들여놓으면 이런 신비스러움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산 입구에 솟아있는 탑도 그렇지만, 산 절벽에 누가 일부러 파놓은 것 같기도 하고, 폭격을 맞은 것 같기도 한 수많은 굴도 궁금증을 촉발하는 매개체들이다.하지만 정작 산이 간직한 사연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잘못된 정보도 수없이 많다. 그래서 신비감만 더해졌다. 억측으로 신비스러움을 포장하기 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각종 의혹을 풀어줄 때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법. 베일에 싸인 마이산을 찾아나섰다. 때마침 짙게 물든 가을 단풍이 나그네의 막바지 가을산행을 반겨주었다.

남부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입구에서 금당사-탑사를 거쳐 천황문과 화엄굴을 지나 북부주차장으로 가는 코스로 2.7㎞이다. 완만한 평지의 연속인데다 조금 오르막길이다 싶으면 다시 내리막길이 나타나 등산이라고 하기는 좀 멋적다. 그나마 땀을 흘릴 만한 암마이봉은 이달부터 10년동안 자연휴식년에 들어갔다. 주차장을 지나 탑영제로 향한다. 탑영제는 마이산 입구에 조성된 인공호수이다. 마이산 덩어리를 통째로 담고 있는 듯하다. 가을 단풍으로 호수도 붉은 물이 들었다. 범상치 않은 마이산의 정경이 오히려 포근하게 다가온다.

탑영제를 지나면 탑사와 만난다. 80여개의 돌탑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자연이 아닌 인간이 빚어낸 작품이 이렇게 세인의 눈길을 끄는 곳이 또 어디 있으랴. 탑사의 형성과정은 이갑룡(1860~1957) 처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25세 되던 해 이 곳으로 들어온 이 처사가 축지법과 도술을 이용, 120여개의 탑을 하나씩 쌓아 만들었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이 곳에 수백년전부터 탑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이 지방 출신인 하립(1769~1831)의 문집에서 발견된 ‘속금산리탑중중(束金山裡塔重重)’라는 시구이다. 속금산은 마이산의 다른 이름. 이 처사가 태어나기 3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선비의 시문에 ‘속금산에 탑이 여럿 들어서 있다’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이산의 탑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이 많은 돌을 한 사람이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탑의 축조방법도 자세히 보면 다른 것이 많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쓰러진 탑을 정성스레 다시 쌓아 오늘날의 형태를 완성한 것이 이 처사의 공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탑사 주변 절벽에 생겨난 무수한 벌집모양의 굴(타포니)도 마이산의 신비를 더하는데 이 역시 지각변동의 결과로 생겨난 부산물이다. 1억년 전 호수였던 이 곳이 융기하면서 자갈성분인 역암층이 형성됐고, 이 과정에서 자갈뭉치가 떨어져나가면서 생겨난 것이다. 겨울이면 이 주변에서만 생기는 역고드름도 이 지역의 특수한 대기현상 때문인 것으로 입증됐다. 신비감이 과학적으로나 역사적인 근거를 통해 풀려나가는 재미는 마이산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매력이다.

탑사 답사를 마쳤다면 이제 느긋한 산행길에 오른다. 탑사를 옆으로 끼고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아담한 규모의 절을 만난다. 은수사이다. 절 자체보다는 절 뒤에 우뚝 서있는 코끼리를 닮은 바위덩어리가 더욱 눈을 잡아 끈다.

여기서 5분 가량 오르면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을 가르는 천황문이 나타난다. 이 곳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숫마이봉, 서쪽으로 암마이봉, 남으로 섬진강, 북으로 금강이 있다. 암마이봉을 오르는 코스는 무분별한 환경파괴 때문에 인간의 발길이 금지됐다.

숫마이봉 중턱을 지나면 나타나는 화엄굴은 이 곳을 찾는 아낙네들의 필수코스. 남근석과 흡사하게 생긴 숫마이봉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마시면 자식을 가질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북부주차장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잘 정비된 계단길에는 제법 낙엽이 쌓였다. 언제부터인가 짧아진 가을, 나무들도 벌써부터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산(진안)=글·사진 한창만기자cmhan@hk.co.kr

■진안여행

○…대전-진주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 무주IC에서 나온 뒤 좌회전, 5㎞를 간 뒤 삼거리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진안읍내까지 간다. 읍내에서 마이산이정표를 따라 2㎞ 가면마이산 북부주차장에 도착한다. 남부주차장은 진안읍내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마이산 동남쪽으로 우회해서 가면 된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전주IC에서 나와 진안방면 26번국도를 따라 가면 된다.

서울에서 진안까지 하루에 2차례 직행버스가 운행하며, 서울에서 전주까지 간 뒤 진안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진안시외버스터미널 (063)433-2508.

○…새끼돼지를 통째로 고아내는 애저요리가 유명하다. 진인관(063-433-2629), 금복회관(432-0651) 등이 애저요리 전문점. 진안내 인공호수인 용담호에서 잡은 쏘가리회와 붕어찜도 이름나있다. 관산정(433-7200), 용쏘나루터(432-9973) 등. 마이산 입구 그린원(433-4248)은 진안의 특산품인 흑돼지삼겹살이 일품이다.

○…대규모 숙박시설은 부족하지만 마이산, 용담호, 운일암주변에 깨끗한 장급여관이 밀집해있다. 토지(432-5566), 마이산모텔(432-4201), 에덴장(433-9125), 진안장(433-6776), 마이장여관(433-077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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