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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 네팔…탐욕도…오만도…다 벗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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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 네팔…탐욕도…오만도…다 벗어두고

입력
200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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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디높은 파란 하늘 아래 손에 닿을 듯 가까이 펼쳐져 있는 새하얀 구름바다. 바람이라도 잠깐 불라치면 구름은 자리를 내주고 장구한 세월 만년설을 간직한 채 도도히 서 있는 웅장한 설산이 그 장엄함을 드러냅니다. 땅에는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신 앞에 자신의 몸을 한없이 낮추는 이들의 경건함이 묻어나옵니다. 마음 먹긴 싶지않지만 일단 결행하면 거의 축복에 가까운 경험을 하고 돌아오는 곳, 바로 네팔 여행입니다.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세속의 염려 일랑 잠시 잊고, 즐겁고 풍요로운 마음만 가져가면 됩니다. 자, 제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편지하나 띄우죠.◆수도 카트만두

비행기의 고도가 낮아지며 서서히 구름이 걷히자 넓고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그 위로 점점의 집들이 모인 조그만 마을이 드러난다. 마을과 초원 사이로는 마구 휘어돌아가는 긴 강과 깎아지른 듯 깊은 계곡이 보인다. 계곡은 하나로 끝나지 않고 이어져 산줄기를 만들고 그 산줄기는 초원의 끝자락에서 구름 위로 솟아 하늘을 넘보는 산맥을 이룬다.

착륙이 임박해지면 아름다운 초원은 금세 갈색의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시로 바뀐다. 해발 1,400m 분지에 자리잡은 이곳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다.

카트만두에는 네팔 최대의 불탑을 가진 보우더나트 사원이 있다. 사원은 티벳 불교의 성지로 불탑에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커다란 부처의 삼지안이 그려져 있다. 수많은 성지 순례객들은 불탑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며 ‘옴마니반메홈’을 외고 탑의 테두리에 달린 마니차를 돌린다. 마니차는 그 안에 불경을 적어 놓은 쇠통으로 이를 한바퀴 돌리면 불경을 한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을 수 있다. 사원의 한편에는 오체투지를 하며 자신을 몸을 최대한 낮추기를 반복, 양 무릎과 양 팔꿈치 그리고 이마가 상처로 덮인 순례객들과 승려들의 모습에서는 경건함을 느낄 수 있다.

보우더나트 사원에서 차로 30분쯤 가면 옛 왕궁이 자리한 더르바르 광장에 닿는다. 광장에는 오래된 왕궁과 사원들이 즐비하고 잡동사니를 파는 상인들이 호객에 열을 올린다. 이곳에는 살아있는 신이 머물러있는 쿠마리 사원도 있다. 단, 쿠마리 신의 사진촬영은 금지돼 있다. 물론 운이 좋다면 사원 창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수줍은 듯 옅은 미소를 보내는 여신을 직접 볼 수 있는 행운도 따라올 수 있다. 쿠마리 신은 종교적 시험을 통해 뽑은 어린 여자아이로, 초경을 하기 전까지 사원에 살며 살아있는 신으로 받들어진다.

쇼핑을 하며 네팔을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 바자르를 찾는 것도 필수. 구 왕궁과 가까운 거리에 터멜시장이 있으니 자전거 인력거 ‘릭샤’를 타고 가보자. 터멜시장은 네팔에서 살수 있는 모든 것이 있고, 네팔의 주 산물인 캐시미어로 만든 숄을 취급하는 상점 또한 많아 여행객들이 들르는 명소 중 하나다.

◆히말라야

네팔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에베레스트(8,848m)가 있고, 로체(8,516m), 마칼루(8,463m), 초오유(8,201m), 다울라기리(8,172m), 마나슬루(8,163m), 안나푸르나(8,091m) 등 8,000m급 봉우리가 7개 있다. 이들은 만년설을 머리에 인 히말라야의 봉우리들로, 이 산맥의 3분의 1이 네팔에 있다.

이들 산을 가까이 느끼는 방법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트레킹이다. 이는 6,000m 정도의 베이스캠프까지만 오르는 것으로 그 이상을 오르는 등반과 구별된다. 길이 생각보다 험하지 않고, 무거운 짐과 길 안내는 셀파들이 책임지므로 크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대표적 코스로는 안나푸르나 지역과 솔루, 쿰부 산 일대(에베레스트) 등 9군데가 있고, 기간은 하루에서 한 달까지 다양하니 각자의 일정과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마운틴 플라이트다. 마운틴 플라이트는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에서 2시간가량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산맥을 원경에서부터 아주 근접한 곳까지 둘러보는 것으로 산을 오르는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다. 또한 비행기 조종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지니 일정이 쫓기거나 트레킹이 힘에 부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히말라야를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하는 네팔여행 안내를 마치겠습니다. 기대되시나요? 기분 좋은 마음을 한 가득 담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참, 한가지 빼먹은 것이 있네요. 네팔을 여행하려는 이들은 흔히 모택동주의자인 마오이스트를 걱정한다고 들었습니다. 정부군과 대치하며 전투를 벌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들은 민중의 힘을 얻어 혁명을 원하는 이들이기에 무작위로 일반인을 공격하는 일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여행객들에게는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아주드문 일이지만 트레킹 도중 이들을 만나면 소액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돈을 주고 나면 영수증을 줄 겁니다. 이 영수증은 이미 돈을 받았다는 표시로 그 영수증을 보여주면 다른 마오이스트들이 그냥 보내줍니다. 그것도 재미라면 재미죠.

카트만두(네팔)=글·사진 김주성기자 poem@hk.co.kr

■여행 정보

기후는 한국과 비슷하나 10월부터 2월 정도가 여행하기에 적합. 환율은 1루피(Rs1) = 약 17원.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15분 느림. 상하이와 방콕에서 로얄 네팔 항공과 사하라 항공으로 입국 가능. 닥터트래블(02-753-3481) 여행사에서 네팔과 인도 문화체험, 트래킹, 성지순례를 함께 할 수 있는 8~11일짜리 상품을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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