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술유출 범죄 수사센터’를 설치할 정도로 첨단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이 발등의 불이 됐다. 1998년 이후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산업스파이 사건이 40여 건에 이르며 막지 못했을 경우 그 피해액이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7년 간 핵심기술 유출에 따른 산업 피해액이 44조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따지고 보면 전자, 조선,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 가운데 무엇 하나 기술력에 바탕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1990년대 후반 이래 급성장세를 보인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술유출 우려가 특히 심각하다. 거액의 연구비와 시간, 노력을 들여 확보한 첨단 기술의 유출은 해당 기업의 사업기반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흔든다.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근본적 방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친고죄 규정을 없애고, 미수죄 및 예비·음모죄를 신설한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의 시행으로 법적 틀은 마련됐다. 국가정보원도 69개 첨단업체, 연구소와 함께 보안협의회를 만들었다. 기업의 기술 보안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조그만 기록장치에 간단히 담을 수 있는 기술정보의 유출을 이런 제도적 장치가 다 막아 주진 못한다. 기술유출 범죄의 80%가 기업 내부 관련자에 의해 이뤄졌다. 연구개발 종사자는 언제든 기술보안 체제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수십억, 수백억원의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겠지만 기술유출이 미래의 국민생활 기반을 위협하리라는 도덕적 자각이 중요하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과 기업의 보안 강화도 개인의 자각과 사회적 경각심을 끌어올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기업이 한 걸음씩 기술 개발에서 앞서 나가고, 빨리 국제특허를 얻는 것이 궁극적 대비책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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