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웃고도 싶지만, 자중해야죠…."21일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이 나온 이후 서울시 직원들은 감정 표현이 무척 신중해졌다. 그들로서는 수도이전 무산은 분명 ‘경사’지만 마치 ‘함구령’이 내려진 것처럼 직원들의 표정은 담담해 보인다.
시청 복도에서 마주친 한 간부는 "골치 아프던 대중교통개편도 자리를 잡아가고 수도 이전 무산으로 경사가 겹쳐 기쁘긴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렇다고 내놓고 감정을 드러내면 중앙정부와 충청도로부터 따가운 눈총이 쏟아질 것 같아 꾹 참고 있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서울시 수뇌부의 행보는 딴판이다. 이명박 시장은 25일 ‘지방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지방발전’을 주제로 한 고려대 초청 강연에서 중앙정부를 또 호되게 몰아세웠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너는 나노, 너는 바이오 하는 식으로 마음대로 지정하면 성공 못한다. 정부가 지자체의 갈 길을 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수도이전 무산 이후 양쪽에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 게임에서 이기기라도 한 듯한 승리자의 자만으로 비칠 수도 있다.
28일로 예정된 ‘서울시민의 날’ 축제에 쏠리는 시선도 곱지 않다. 시의회는 서울광장에서 1만여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 도중 ‘수도이전반대운동 보고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보고대회 내용은 좀 줄였다지만 축제 속의 ‘투쟁경과보고’는 자축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일단 승자가 됐다. 그쯤에서 기쁨은 가슴에 담고 ‘서울을 축으로 한 지역 균형발전’ 같은 대의에 관심을 쏟는 것이 현명하다. 특별시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양홍주 사회2부 기자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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