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기엔 아직 이르다.쾌조의 2연승. ‘빨간 양말(레드삭스)’은 신이 났다. 86년이나 꿈꾸던 ‘반지의 제왕’ 등극은 승리의 손가락 두개만 접으면 된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3연패 후 4연승이란 신화를 쓴데 이어 팀 창단이래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인 6연승을 세우며 파죽지세로 ‘홍관조(카디널스)’ 사냥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하지만 ‘1986’이란 숫자를 들이미는 순간 하늘을 찌르는 보스턴의 자신감은 허물어진다. ‘저주와 징크스’의 팀답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기 때문. 적진(펜웨이파크)에서 전패(2패)의 수모를 당한 세인트루이스 역시 포스트시즌 홈 6연승을 발판 삼아 대반전을 꾀하고 있다. ‘1986’은 세인트루이스에겐 행운의 숫자다.
1986년 보스턴은 월드시리즈(WS)에서 뉴욕 메츠와 맞붙었다. 1, 2차전을 1-0, 9-3으로 승리하며 당시 포스트시즌 팀 최다인 5연승을 일궜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3, 4차전을 허무하게 내준 뒤 3승3패 동률을 이룬 보스턴은 마지막 7차전에서 3-0으로 이기다 5-8로 역전패했다.
보스턴에게 최근 상승세가 온전히 반갑지 않은 까닭은 ‘올해 포스트시즌 6연승과 WS 2연승’의 행운이 ‘18년 전 포스트시즌 5연승과 WS 2연승 뒤 패배’의 악몽과 공교롭게도 겹치기 때문. 지금까지 99번의 월드시리즈에서 1, 2차전을 이기고 패권을 놓친 예는 8번이다.
27일(한국시각)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차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밀리는 세인트루이스에게 홈에서의 1승은 ‘승리+α’다. 세인트루이스는 ‘빨간 양말’이라면 이가 갈리는 제프 수판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해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던 수판은 포스트 시즌 내내 버림받았다. 더구나 상대 선발은 페드로 마르티네스. 마르티네스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포스트시즌 4경기에 나와 1승1패, 방어율 5.40으로 헤매고 있다.
문제는 세인트루이스 타선의 부활 여부다. ‘앨버트 푸홀스-스콧 롤렌-짐 에드먼즈’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WS 들어 고작 1타점을 올리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롤렌 8타수 무안타, 에드먼즈 8타수 1안타에 푸홀스만이 7타수 3안타로 겨우 체면치레다.
반면 ‘보스턴 3인방’의 방망이는 1986년의 악몽을 날려버릴 만큼 막강하다. 시리즈 MVP 데이비드 오티스와 조니 데이먼이 여전히 제 몫을 하고 있고, ‘삼진왕’이란 멍에를 진 마크 벨혼마저 1차전 결승홈런을 때리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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