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순차적으로 3시간 가량 만났다. 길지 않은 시간에 그는 북핵 6자회담, 한미동맹, 한국 핵물질 실험 등 굵직한 양국 현안을 모두 짚었다.콜린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한미동맹의 힘을 느낀다"면서 개성공단의 의미를 평가하는 등 한껏 외교적 서비스를 했다. 그가 펼쳐놓은 보따리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것은 6자회담 문제였다. 동북아 3국 순방 직전 미 국무부가 회담의 재개를 강조한 데다 중국과 일본 순방길에서도 이를 거듭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돌파구가 될 만한 진전은 없었다. 파월 장관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국 모두가 재개를 원하고 있으며 지금이 앞으로 전진할 때다" "북한 주민을 돕고 필요한 식량과 경제적 도움을 위해서도 북한 입장에서도 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등 원칙적 입장만 피력했다. 좀 더 전향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3차 회담에서 미국이 신축적으로 건설적인 제안을 했으며 참가국들이 유익하게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우리의 핵물질 실험에 대해 우호적 제스처를 취했다. 정 장관이 다음달 열리는 IAEA이사회에서 미국의 협조를 당부하자 파월 장관은 한국정부가 IAEA사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과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현대화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계획을 철회할 수 있는가’라는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향후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피해갔다.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만난 한국 대학생 30여명에게는 "주한미군 감축에도 불구하고 군사기술의 향상으로 억지력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50년 한미 유대가 한 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파월 장관은 이날 오후 1박2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서울 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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