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산업은 서쪽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자동차산업의 중심국가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뿌리를 내린 자동차산업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꽃을 피우고 다시 태평양을 건너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뒤늦게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어 세계 주요 자동차생산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도 서진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의 서진은 한국에서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자동차생산에 참여한 마지막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어 성공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며 이런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생산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자동차산업의 서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생산량을 보면 중국은 444만대를 생산, 프랑스(325만대)를 5위로 밀어내고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318만대 생산으로 2002년에 이어 2년 연속 6위에 머무르고 있는 사이, 2000년 처음 10위권에 입성한 중국은 2002년 한국을 따돌리고 5위로 올라선 뒤 계속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가 2010년까지 세계 톱5에 진입, 세계 명차들과의 브랜드경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것은 세계 톱5에 끼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비장한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한국차에 대한 이미지는 급상승하고 있다. 싸구려 차의 이미지를 벗고 자동차전문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가 하면 몇몇 나라에서는 최고 인기차종에 선정되는 등 명차 대열 진입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 우리나라가 세계적 자동차생산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계 자동차열강의 격전장으로 변한 중국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자동차산업의 서진 또한 인도 러시아 등 다른 브릭스(BRICs)국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생산국으로 살아남기 위해 중국 인도 등지에 대한 진출확대와 친환경 차량 개발은 필수적이다. 자동차산업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가름할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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