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國恨傳奇’공개…최초 전기보다 10년 앞서*하얼빈 의거 전후사정·순국 등 상세하게 묘사
*"안 의사 애국심 칭송하면서 중국의 각성 촉구"
안중근 의사의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와 전후 사정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그의 인품과 거사에 찬사를 보내는 내용을 담은 장편 희곡이 중국서 처음 발견됐다. 1910년 말께 쓴 이 희곡은 중국인들이 안 의사의 의거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보여주는 것은 물론, 창작의 형태를 빌렸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안중근 전기보다 10년 앞서 간행된 단행본으로 사료가치도 높다.
안중근의사기념관 문성재 연구원은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과정과 전후 한반도 정세 등을 줄거리로 한 중국 희곡 ‘망국한전기(亡國恨傳奇)’가 중국 난징(南京)대 도서관에 소장된 것을 확인했다"며 의거 95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복사본을 공개했다.
문 연구원에 따르면 이 책은 1910년 겨울에서 1911년 사이 ‘중서보(中西報)’ ‘광익총보(廣益叢報)’ 등 중국 신문에 연재된 희곡을 묶은 것으로, 연재 당시에는 필명을 써 원저자가 불확실하던 것을 중국 학계에서 최근 양저우(揚州) 출신의 신문발행인이며 소설가로도 활약한 콩샤오진(貢少芹)이 저자임을 확인했다.
책은 가로 12, 세로 19㎝로 요즘 일반 단행본보다 조금 작으며, 모두 71쪽인데 표지가 떨어져 나가고 없는 상태다. 겉장 다음 첫 쪽에 안중근 의사의 초상 사진을, 그 다음 쪽부터 ‘변언ㆍ부삼한애사(弁言ㆍ附三韓哀詞)’라는 모두 4쪽 분량의 서문을 실어 조선 망국의 시말을 분석하고,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기개를 찬양했다.
희곡 본문은 제1곡 ‘협약(協約)’에서 제12곡 ‘병한(倂韓)’까지 모두 12대목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을 보호국으로 전락시키고 전권을 장악하는 1905년부터 안 의사의 이토 척살 맹세, 동지규합, 의거실행과정, 의거 직후 뤼순(旅順)의 일본 재판관에 인계돼 재판을 받고 순국하기까지의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피 끓는 남아이시니, 충의로운 의분은 하늘조차 무색해지게 만드네’ ‘그대 신령스런 위력 크게 떨치고 수염 곤두세운 채, 한 발 날려 그 놈을 저격해 쓰러뜨렸구나’ 등 곳곳에 안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오고 있다. 희곡의 특성상 안 의사의 부인 김아려가 하얼빈 의거후 투신하고, 조선의 국왕이 된 이완용이 일본을 강제 압송 당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등 일부 허구적인 내용도 가미됐다.
문 연구원은 "안 의사 의거 직후, 중국에서는 저우언라이(周恩來)의 부인 덩잉차오(鄧潁超)가 안 의사 역을 맡아 연극을 공연할 정도로 하얼빈 거사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했다"며 "이 희곡은 중국에서 안 의사 관련으로는 작품 전체가 확인된 유일한 희곡"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또 "작가는 안 의사의 애국심을 칭송하면서, 조선이 ‘임금은 향락하고 신하는 술에 빠졌으며, 윗사람은 서로 시기하고 아랫사람은 서로 꺼린다’고 망국의 이유를 적시해 중국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작품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중근 의사 숭모회는 내년 초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한편 숭모회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 서울교육원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95주기 기념행사’를 연다. 안 의사의 생질인 안춘생 전 독립기념과장, 안주섭 국가보훈처장, 김우전 광복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시 낭송, 판소리 열사가 공연, 안중근 의사 의거 기념 청소년글짓기대회 시상 순으로 진행한다.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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