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정치적 공방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 직접 나오든, 대독을 시키든 매번 뒷말과 말썽을 낳았다.노 대통령이 국회에서 직접 연설을 한 경우는 모두 3번. 지난해 4월2일 취임 후 처음 국회에 국정연설을 했을 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입장때 기립하지 않은 것은 물론, 퇴장하는 대통령과의 악수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노 대통령도 연설도중 갑자기 서동구 KBS 사장 임명과 관련, 인사개입 사실을 자복했다가 논란을 키웠다.
10월13일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한 것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헌정사상 두 번째 연설이라는 사실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도리어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12월에 하자"고 공식화해 파란을 불렀다. 이 연설은 길게는 탄핵 정국을 부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당시 간첩혐의로 조사받던 송두율씨에 대한 관용을 주문해 수사개입 논란을 불렀다.
그나마 올 6월7일 세번째로 국회를 찾아 행한 17대 국회 개원축하 연설만이 무난히 넘어간 경우다. 이에 앞서 3월 노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 권한 정지상태에 들어갔을 당시, 야3당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국정연설을 할 것을 요청했지만 고 대행이 거부하기도 했다.
국회법 84조에 규정된, 새해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정부의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의 직접연설은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었다. 2002년에는 박관용 의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접 시정연설을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김석수 총리의 대독을 한때 거부,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시정연설의 경우 직접 문제 삼진 않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 때처럼 노 대통령도 여소야대 때는 국회에 직접 나오다가 여대야소가 되자 안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대통령 시정연설 때마다 여야가 한판 싸움을 벌이는 게 관습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마저 나오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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