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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니 괜히 눈물이…‘마음의 감기’ 우울증…햇빛 많이 쬐고 자주 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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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니 괜히 눈물이…‘마음의 감기’ 우울증…햇빛 많이 쬐고 자주 걸으세요

입력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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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이모(39)씨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기운이 없고 괜히 눈물이 난다. TV에서 환자가 나오면 자신도 병에 걸려 죽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화끈거려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잦고 외출도 싫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날이 많다.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죽음까지 생각하게 되자, 이를 보다 못한 가족들의 강권으로 신경정신과를 찾았다.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마음이 약해서 혹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정신나간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자칫 자살로 이어질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41배가 더 높고 자살자의 70% 정도는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조사도 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우울증을 널리 알리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음 달 1~5일을 ‘우울증 선별 주간’으로 정하고 강남성모병원을 비롯해, 전국 23개 종합병원과 정신보건센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검진 행사를 갖는다.

◆일조량 감소가 주범

가을이 되면 왠지 모르게 울적해지고 허무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흔히 ‘가을을 탄다’는 증상이다. 이 경우 차가워지는 날씨와 낙엽이 떨어지는 스산한 풍경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가을이 돼 일조량이 줄어들면 뇌신경 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돼 마음이 우울해진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송과선이라는 부위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줄면 대개는 일시적으로 우울해지다가 말지만 일부 사람들은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세가 심해져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계절성 우울증’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철에 시작돼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에 저절로 회복되며, 매년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 부근에서는 계절성 우울증이 드물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많아져 북유럽에서 가장 발생률이 높으며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 우울증 환자와는 조금 다른 증상을 보인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은 불면증, 식욕저하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만 계절적 우울증은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누워지내고 식욕도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면 단 음식과 탄수화물을 많이 찾는 것 외에 원기가 없으며 쉬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치료와 예방법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 교수는 "전문치료를 받아야 하는 우울증 환자는 성인 6명당 한 명 꼴로 많은데, 대다수 환자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잠시 심신이 위축됐다고 치부하고 기수련, 아로마요법, 전생치료법 등으로 고쳐보려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곤 한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 치료법은 일반 우울증에 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다. 전 교수는 "낮에는 햇빛을 자주 쬘수록 좋으므로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면서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면 크게 도움이 된다. 달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일시적으로 울적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지만 결과적으로 몸에 해로우므로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계절성 우울증 치료는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법인 항우울제 약물치료와 함께 광(光) 치료를 병행한다. 광 치료에 쓰이는 빛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빛의 양보다 훨씬 강한 2,500룩스 이상인데 이 빛을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쏘아주면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늘어나 우울증세를 완화된다. 따라서 매년 계절성 우울증을 아주 심하게 반복하는 환자는 가을이 오기 전 미리 광치료를 받으면 우울증을 예방할 수도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우울증 진단 이렇게-다음 항목 중 2주 이상

다음 항목 중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 3가지 이상일 때는 약한 우울증, 6가지 이상일 때는 심한 우울증이 의심된다.

1.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2.쉽게 피곤해진다.

3.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4.즐거운 일이 없고 세상일이 재미가 없다.

5.매사가 비관적으로 생각되고 절망적이다.

6.스스로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불필요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7.잠을 설치고 자주 깨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8.입맛이 바뀌고 한달 사이에 5% 이상 체중이 변했다.

9.답답하고 불안하며 쉽게 짜증이 난다.

10.거의 매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나며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11.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잘 치료되지 않는 신체증상이

계속된다. 자료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계절성 우울증 이기는 10가지 방법

1.유산소 운동을 한다.

2.주변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

3.자세를 바로 하고, 고개를 들어 마음을 당당하게 한다.

4.햇빛을 즐긴다.

5.과일이나 야채, 해조류 등을 많이 먹고 물을 많이 마신다.

6.유머있는 생활을 하고, 의도적으로 얼굴 표정을 밝게 한다.

7.스트레스는 바로바로 푼다.

8.남 탓을 할지언정 자신에게는 관대함을 베푼다.

9.문화생활을 즐긴다.

10.몸을 바쁘게 움직일 수 있는 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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