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헌재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위헌결정 이후 위헌시비에서 벗어난 신행정도시 건설 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민투표를 통한 정면 돌파론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개헌론, 헌법재판관 탄핵 등이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과 대비된다. 24일 여권에선 "여론추이에 따라 못할 것도 없다"는 국민투표 주장에 "무책임하다"는 내부비판이 나와 이 문제가 여권 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마저 보였다.국민투표에 집착하는 여권 인사들은 "국민투표 만으로도 수도이전을 재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헌재도 결정문에서 관습헌법의 자연적인 소멸은 국민투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 만큼 ‘수도=서울’이 아님을 국민투표로 입증시키면 된다"는 주장을 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수도이전 여부를 직접 묻는 방식은 헌재가 헌법개정절차를 따르도록 못박아 불가능하지만 ‘서울이 수도냐’라고 묻고 여기에 과반수가 반대하면 ‘수도=서울’라는 관습헌법이 없어져 수도이전 추진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우리당 내에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일정한 세를 얻고 있는 데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자신들이 내심 바라는 대로 헌재결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돼 ‘제2의 탄핵정국’ 같은 상황이 올 경우 국민투표가 정국 흐름을 일시에 반전시킬 카드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정략적’이라는 내부비판을 부르고 있다. 우리당 정장선 의장비서실장은 이날 "국민투표나 헌법개정 등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실장은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여론이 만들어진다 해도 ‘서울이 수도냐’는 질문이 국민투표를 규정한 ‘국가안위에 중대한 사안’인지 논란이 될 뿐더러 한나라당의 반발, 위헌시비의 재연 등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또 "불만이 있더라도 헌재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이제는 후속조치 마련에 국가적 총의를 모아야 하며 여권은 이를 계기로 국정운영 전반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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