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일본의 열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일본의 열정

입력
2004.10.25 00:00
0 0

남녀 관계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장벽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미움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적극적 관심의 토양에서 싹틀 수 있는 나무라서 언제든 적절한 접목을 통해 전혀 다른 열매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마른 땅에 새로 씨를 뿌려 사랑의 싹을 틔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이치는 나라와 나라, 국민과 국민 사이에도 그대로 통할 수 있다. 테러와 보복이 꼬리를 무는 극단적 증오 상태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미움과 질시, 경쟁심을 너무 심각하게 여길 일은 아니다.■ 지난주 한일사회문화포럼(대표 조규철 한국외대 조교수)이 도쿄(東京)에서 연 워크숍 ‘동아시아 평화구축과 한일 언론인의 역할’에서는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눈에 열정이 깃들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은 서울올림픽(1988년)에서 싹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일(98년)과 월드컵축구대회(2002년)를 통해 자라기 시작했다. 그 관심이 ‘겨울연가’ 열기를 통해 정서적 열기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 역사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한일 국민 의식의 괴리가 거론될 때면 으레 상대국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가 중요한 배경으로 지적되곤 했다. 역사교과서 문제만 해도 정말 심각한 것은 일본 우파의 움직임이 아니라 다수 일본 국민의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었다. 과거사 문제로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이 폭발해도 그런 무관심의 벽에 부딪쳐 제대로 메아리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 관심도가 비슷한 수준에 이른 만큼 본격적 토론을 기대할 만하다.

■ 그러나 일본의 이런 변화가 장밋빛 기대만 낳는 것은 아니다. 무관심 상태와는 달리 열정 상태는 언제든 적극적 반감으로 흐를 수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 일본 언론인과 학자들은 역사 반성의 필요성을 전제하면서도 틀에 박힌 ‘우경화’ ‘군사 대국화’ 비판이나 상식을 넘는 ‘일본 때리기’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 일부 신문의 ‘역사 강박’이 과도한 과거사 집착과 반일 선동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은 결코 기우로 들리지 않았다. 좋은 변화가 엉뚱한 데서 막혀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렸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