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다지면서 글로벌 역량 강화, 승부사업의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서는 방향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유가 고공행진과 계속되는 내수침체를 감안,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되 특정 분야에서는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는 이원화 전략인 셈이다.
최근 ‘2005년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한 삼성그룹이 대표적인 경우. 삼성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을 경영 방침으로 정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전자에 이어 그룹 전체가 세계 초일류로 도약하겠다는 것.
하지만 삼성은 고유가 지속과 세계 경제의 하강 국면 등 내년의 경영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이원화 전략은 경제 주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삼성마저 긴축 경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과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사업 기반과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도 전반적으로 내실위주의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TV, 디스플레이, 전자소재, 화학 등 승부사업에는 공격 경영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충실한다는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계열사 전체의 매출이나 수익 등에서는 고유가와 환율 절상을 감안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울 방침"이라며 "하지만 승부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인력 채용 등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도 불투명한 경제여건을 감안해 전체적인 방향은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해외 수출 물량을 대거 늘리는 등 글로벌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소버린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SK는 2005년에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3대 구조개혁 사업’을 마무리 짓고 ‘뉴SK’를 실천해 나가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고 위기상황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 등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적극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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