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악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유층에 접근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이 잇따르고 있다.서울경찰청은 24일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1,000억달러(약 120조원)의 채권을 싼값에 구입해 국내에서 팔면 거액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속여 병원장을 지낸 재력가로부터 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김모(4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조모(49)씨 등 2명을 수배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신모씨에게 접근, 금빛 박스 20개에 채권이 가득 담긴 사진을 보여 주면서 "1934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1,00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미국쪽에서 팔고 있는데 사두면 큰 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5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들은 2개월이 지나도록 채권을 건네받지 못한 신씨가 항의하자 "채권 대신 거액의 달러를 절반 가격에 넘겨주겠다"며 추가로 2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해외에서 신용장을 개설해 국내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아 주겠다며 경비조로 돈을 가로챈 사기범이 구속됐다. 또 지난달 초에는 나이지리아 고위층과의 친분을 앞세워 투자명목으로 5억5,000여만원을, 8월 초에는 아프리카 브루키나파소로부터 금을 수입해 판매하자며 5억6,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들이 각각 경찰에 검거됐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인터넷에서 구입한 수갑으로 경찰 행세를 하며 주로 부유층을 상대로 수차례 인질강도 행각을 벌인 박모(31·무직)씨 등 일당 6명이 24일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달 10일 새벽 1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운천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혼자 길을 가던 김모(무속인·62)씨를 전기충격기로 위협해 납치한 뒤 광주 북구 중흥동 모 사무실에 12시간 동안 감금하고 2,600여 만원을 뺏는 등 12차례에 걸쳐 6,4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은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대부분 5,000만~1억원 정도의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됐거나 사업에 실패한 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재력가인 인터넷 쇼핑몰 사장 A씨를 납치해 돈을 요구하면 1인당 5억원씩은 받을 수 있다"는 주범 박씨의 말에 따라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A씨를 납치하는 데는 실패했다.
박씨 등은 그러나 지난달 무속인 김씨 납치 이후 경찰에 공개수배됐으나 아랑곳 하지 않고 추가로 범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돈을 빼앗은 뒤 자신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주범 박씨는 전직 보험회사 직원인 공범 강모(33)씨로부터 고액 연봉자와 의사, 약사 등 부유층 명단을 입수해 범행 대상을 정하고 이들 주변에서 15~20일간 잠복하기도 했다. 박씨는 생활이 곤란한 사람 등 공범의 인척까지 동원해 10여건의 범행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