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공연평을 보면 ‘평가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혹은 ‘모든 사람은 다른 취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서두에 많이 등장한다.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한편으론 위험한 감상평일 수 있다.공연에도 분명 수준이 있으며, 수준작과 저급한 작품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관객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는 춤과 노래가 즐거운 뮤지컬을, 고전의 향기를 느끼고 싶으면 그에 맞는 고전명작을, 땀 흘리는 배우의 열정을 눈앞에서 즐기고 싶으면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재기발랄한 작품을 관람하면 된다.
모든 공연에는 분명한 색깔과 목적이 있다. 그것을 정확히 알고 관람을 하는 것은 관객의 당연한 권리이다. 무작정 길을 걷다 ‘시간이나 때울까’하는 심정으로 눈에 먼저 보이는 극장에 들어가는 것은 제발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웃고 즐기는 작품을 보고 주제의식을 운운하고, 고전작품을 보며 지루하다고 불평하고, 소극장의 실험적 공연을 보며 유명배우가 없으니 역시라고 실망한다면 공연하는 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현대는 정보의 시대라고 하는데, 공연계는 그 말에서 멀찌감치 비켜가는 듯하다. 관객도 정보를 외면하고, 신문도 방송도 정보에는 인색하다. 아니 인색하다 못해 처참하다. 뜻 있는 분들이 무료로 발행하는 공연정보지는 항상 적자에 시달리고, 합법적으로 공연포스터를 붙이는 게시판은 공연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꽁꽁 숨어있는 공연을 관객이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뜻 있는 관객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조금 더 신경 써 적어도 공연의 장르와 연출,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조금만 살펴주시고 본인이 지금 원하는 공연이 어떤 건지에 대한 약간의 확신만 있으셨으면 하는….
이지나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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