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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 이후/‘위기 돌파’ 어떤 카드?…盧心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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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 이후/‘위기 돌파’ 어떤 카드?…盧心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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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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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응전은 과거 방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전에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동전’을 폈으나 이번에는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소걸음 작전’을 하는 인상이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노 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장기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한 태도는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관습헌법을 근거로 내세운 헌재 결정을 둘러싼 논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친노 세력’이 결집하고 여론이 반전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 실시, 개헌, 행정타운 건설, 행정수도 이전 포기 등 네 가지 카드의 장단점 등을 놓고 저울질한 뒤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를 통한 정면 돌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강경파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더 많지만 정부가 홍보전에 본격 나설 경우 여론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그 결과가 대통령의 진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범 여권 세력이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청권 주민들에게 신행정수도 건설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는 헌재 결정 불복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헌재 결정문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 개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또 헌재는 지난 5월 대통령 탄핵안 기각 결정을 하면서 재신임 국민투표도 위헌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헌재 결정문에는 관습헌법의 사멸을 위해서는 국민투표 등의 방법이 고려될 여지가 있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국민투표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투표 자체가 엄청난 국론 분열과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헌법개정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 추진

헌재 결정에 따르면 행정수도 이전을 계속 추진할 경우 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권력구조 개편과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을 연계할 수 있다. 개헌론 제기로 참여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는 의지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물이 적지 않아 실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함께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두 가지 요건을 달성하기가 모두 어렵다. 현재 우리당의 의석은 151석으로 재적의원(299석) 3분의 2 의석에서 49석이 부족하다.

21일 MBC 여론조사에서도 수도 이전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반대하겠다는 국민 의견이 57.8%에 이르렀다. 개헌 추진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그 과정에서 국정 운영의 혼란과 개헌 찬반 세력간의 대립을 유발할 수 있다.

◆충청권 행정타운 건설

여권 핵심부는 행정타운을 건설하는 타협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 등을 위해 복수의 행정 부처 소속 기관들을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결정된 공주·연기로 이전하는 안이다. 청와대 일부 관계자는 "충청권 일부 지역을 제2 행정특별시 또는 제2 행정수도 등으로 규정하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타운 방안은 ‘서울=수도’라는 공식을 깨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말에 ‘수도 서울’을 전제로 대전을 ‘임시행정수도’로 추진했던 방안과 유사하다. 신행정수도 건설 전면 포기에 따른 충청권 주민들의 불만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행정기관들을 서울 세종로, 경기 과천, 대전 및 공주·연기 등 3, 4 곳으로 분산 배치할 경우 국무회의 소집 불편 등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교통·통신의 발전으로 충청권과 서울의 거리가 좁혀졌기 때문에 행정기관 분산 배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포기 및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완전 포기하고 국정 운영 스타일을 전면 쇄신할 가능성도 야권과 학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제 회생에 주력하고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면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지만 소득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분명히 추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완전 포기할 경우 조기에 권력누수 현상이 생기고 다른 개혁 정책의 추진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 여권 인사들은 "참여정부가 개혁과 변화, 국가균형발전 등 본연의 과제를 포기할 경우 존립 기반이 약화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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