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 수 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렸던 기업인이 남몰래 해왔던 자선 행적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져 구속을 면했다.중소 토목업체 ㈜우성산업개발의 이기흥(60) 회장은 최근 현대건설과 한국수자원공사 간의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이 회사 압수수색을 통해 이 회장이 회사 자금 3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19일 체포했다. 이때만 해도 이 회장은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한 서류를 검토하다가 수 십여 장의 감사편지를 발견했다. 검찰이 경위를 묻자 이 회장은 2년 전부터 서울과 하남 등지의 독거노인과 장애인 680여 가구에 매달 쌀 700포대를 지원해 온 사실을 털어놨다. 이 회장은 또 100여 명의 난치병 청소년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수술비로 매달 3,500만원씩을 기부했고 대학생 23명에게 매년 8,800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자선사업을 위해 쓴 개인 돈만 1년에 1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논의 끝에 "이 회장이 횡령 자금을 사실상 자신의 소유인 회사를 위해 써 주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수자원공사 고석구 사장과도 개인적 친분이 있을 뿐 범법 행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회장을 불구속 수사키로 하고 21일 오전 귀가시켰다.
이 회장은 "2001년 회사 부도 직후 반신마비로 고통을 겪은 뒤 자선활동을 시작했다"며 본의 아니게 드러난 사실에 쑥스러워 했다. 지난해 2억 2,000만원의 당기순익을 올린 우성산업개발은 4억 2,000만원을 기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2002년 8~9월께 한탄강댐 공사입찰 경쟁에 참여한 현대건설로부터 공사수주 관련 청탁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고석구 수자원공사 사장을 22일 구속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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