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천문학계는 현재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유럽권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권 국가들이 힘을 모아 대형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추세입니다. 연구 규모가 점차 커지고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18~22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6회 동아시아 천문학회(EAMA)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일본 국립천문대 카이푸 노리오(海部宣男·61) 대장은 22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동아시아권이 천문연구분야에서 유럽, 미국에 이은 제3세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천문대(EAO·East Asian Observatory)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한 카이푸 대장이 꿈꾸는 것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공동 천문대의 설립. 이번 회의에서 EAO를 공식 제안한 카이푸 대장은 "15년 넘도록 머리 속에서 구상해왔지만 ‘허황된 꿈’이라고 할까 발표하기 조심스러웠다"면서 "그러나 각국의 교류가 빈번한 지금은 천문대 추진을 공식적으로 제안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EAO의 모델이 되는 것은 유럽 국가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남유럽천문대(ESO). ESO가 칠레의 파라날 산에 설치한 초대형 광학 망원경은 최근 태양계 밖의 행성을 촬영하고 은하의 나이를 계산하는데 결정적인 구상성단의 성분을 알아내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얻어냈다.
카이푸 대장은 "21세기는 경쟁이 아닌 협력의 시대"라며 "동아시아 국가들은 물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공유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에 공동 천문대 추진은 유럽이나 북미권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대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평생 전파 및 적외선 천문학 연구에 전념해온 카이푸 박사는 "끊임 없이 팽창하고 있는 우주는 항상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라며 "우주를 알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가 사는 장소와 이유에 대한 답에 한걸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EAMA는 1990년 동아시아 천문연구의 긴밀한 협조를 위해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이 구성했으며 2년마다 한번씩 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서 학회가 열린 것은 92년 대전 한국천문연구원 이후 두 번째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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