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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울음 소리’ 다시 울려 퍼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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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울음 소리’ 다시 울려 퍼지게

입력
200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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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황 연주 되살리는 국립국악원 손범주씨*25일 ‘종묘제례악’ 무대서 정격연주 나서

생황은 국악기 중에도 비교적 낯설다. 에밀레종에 새겨진 비천상에서 천녀가 연주하는 악기,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 장승업의 여인이 불던 악기가 바로 생황이다. 금속제 떨림판이 붙어있는, 길이가 서로 다른 대나무 관을 울림통에 꽂아 입으로 부는 이 악기는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성을 낼 수 있는 악기로, 그 구조나 원리가 서양의 파이프오르간과 닮았다. 소리가 신비롭고 이국적이어서 ‘하늘의 소리’ ‘봉황의 울음’에 비유되곤 한다.

생황은 아주 오래된 악기다. 중국에서는 3400년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문헌기록상 170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조선시대 중기까지만 해도 나라의 큰 행사 특히 문묘나 종묘의 제례음악에서 반드시 쓰이던 것이지만, 지금은 ‘수룡음’ ‘염양춘’ ‘영산회상’ 같은 몇 곡만 남아있다. 생황의 전승이 원활치 못했던 까닭은 악기제작법, 음정 조절, 다른 악기와의 합주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시절 아악을 정비할 때, 이 국가적 음악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였던 음악학자 박연이 생황의 원형, 즉 바가지 울림통의 생황을 복원했지만, 바가지라는 게 워낙 잘 깨지는데다 이후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차례로 겪는 동안 많은 악사와 악공, 악기가 소실되면서 맥이 거의 끊어졌다. 18세기 들어 청나라에서 생황이 많이 수입되면서 선비들의 풍류방을 중심으로 사랑받는가 싶더니 다시 잊혀져 오늘에 이른다.

국립국악원에 몸담고 있는 연주자 손범주(42)씨는 생황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대금이나 피리 연주자들이 부수적으로 익히던 생황을 10여년 간 중국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배웠다. 생황 연주법 뿐 아니라 제작법, 역사와 음악까지 깊이 공부했다.

그가 종묘제례악에서 사라져버린 생황의 자리를 되찾는 뜻 깊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5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국립국악원의 여러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생황이 포함된 종묘제례악을 연주한다. 다른 악기 소리들을 이어주고 감싸주며 받쳐주어 더욱 풍성한 소리를 빚어내는 생황의 역할을 재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는 이번 공연을 ‘생황의 원형을 복원했던 박연 선생과 만나는 자리’로 표현한다. 600년 전 박연 선생이 했듯 오늘날 자신이 복원한 생황으로 종묘제례악의 빈 자리를 채워넣는 작업이라는 뜻에서다. 서양음악으로 치면 옛 음악을 당시 악기와 편성, 주법으로 복원하는 이른바 정격·원전연주에 해당되는 공연이다.

생황의 빈 자리를 복원하고 오늘의 음악, 오늘의 악기로 보급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고 있는 그는 생황이 있던 옛 음악을 찾아서 되살리는 한편, 생황을 위한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만들고 연주할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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