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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먹거리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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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먹거리 세계화

입력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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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한국이 종주국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다. 영어로 ‘Kimuchi’아닌 ‘Kimchi’로 표기하며, 고춧가루 대신 착색료를 사용하지 못한다. 또 맛과 색깔도 규정하고 있다. 국제식품위원회의 결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느새 김치 수입국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올들어 9월말까지 수입한 김치는 3만6,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로 지난 1년간 수입량을 이미 초과했다. 이에 비해 김치 수출량은 2만1,000톤에 그쳤다.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산으로, 주로 한국인이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일본의 김치 수입 시장에서 한국을 따돌렸다. 값싼 것이 주요 이유다.■ 김치 뿐만 아니다. 밤은 우리나라 농산물 중 유일하게 세계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밤은 거의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중국이 저가를 무기로 매섭게 달려들고 있다. 언제 시장을 빼앗길지 알 수 없다. 중국은 최근 곡물생산을 줄이고 좀더 돈이 되는 과일 채소 재배를 크게 늘리고 있다. 세계 과일 야채의 절반이 중국산이다. 지난해 채소와 과일류를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수입한 중국 농산물은 28.7%가 늘었다.

■ 중국만 달려드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삼결살의 경우 지난해만 벨기에 칠레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1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칠레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이 크게 늘 전망이다. 반면 우리가 자랑하는 고려인삼은 수출 역사가 1,500년이나 되었지만 해외에서 맥을 못쓰고 있다. 국제 인삼 유통시장인 홍콩은 생산량이 없는데도 세계 인삼 물량의 70%를 거래하고 있으나 우리의 홍콩시장 점유율은 2002년 10% 밑으로 추락했고, 국내에서도 우리와 점차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농산물 수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 필리핀과의 쌀시장 개방 협상 등을 계기로 중국 농산물 수출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쌀 협상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마늘 파동에서 보았듯이 우리가 또 좋은 ‘먹이 감’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러다가는 우리 입맛이 가장 먼저 세계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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