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소송 처음 제기 대외 실무 등 도맡아…"개혁 명분 헌법정신 무시에 경종"21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이석연(50) 변호사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헌법실무 전문가로 꼽힌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의 당리당략에 따른 선거구 획정(1995년), 경조사에서 음식물과 주류 접대를 금한 가정의례법(98년) 등 20여 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에는 김문희, 이영모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정귀호 전 대법관 등 쟁쟁한 법조인이 참여했지만 위헌소송 아이디어는 그의 머리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시의회 의원, 교수, 기업인, 주부, 대학생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169명의 헌소 청구인을 모집하고 대외적 창구 역할을 하는 등 실무도 도맡았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법조인으로는 드물게 법제처와 헌재 근무 경력을 모두 갖고 있다. 대학원 시절인 79년 행정고시에 합격, 6년간 법제처 법제관실에서 공직 생활을 했고 85년 사법시험 합격 후 89년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5년간 사법부 근무를 마친 뒤 94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에는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9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을 시작으로 정책위원,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99년부터 2년간 사무총장을 지냈다. 하지만 경실련 사무총장을 그만두면서 "시민운동이 초법화하고 있다"고 고언(苦言)을 쏟아내는 바람에 시민단체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됐다. 거침없는 발언은 법조인으로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7월 12일 헌소 제기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도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은 위헌의 백화점"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정부와의 일전불사를 다짐했었다. 90년대 중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활동한 적도 있지만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있어서 불고지죄 등 일부 조항 외에는 폐지에 반대해 중도보수에 가깝다는 평이다. 2001년 출간한 에세이 ‘헌법 등대지기’에서는 "‘진보=개혁, 보수=반개혁’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위헌 선고 직후에도 그는 "개혁이란 이름으로 헌법정신을 무시한 채 국가를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고 가는 집권세력에게 헌법의 가치가 살아있을 보여준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당분간 그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을 백지화시킨 변호사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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