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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구하려 끝까지 바다와 사투 그들은 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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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구하려 끝까지 바다와 사투 그들은 군인이었다

입력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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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2일 실종 부사관4명 안타까운 최후 알려져…오늘 합동영결식지난 12일 밤 울산 동쪽 37㎞ 해상에서 적의 해안침투에 대비한 지·해·공 합동훈련을 하던 중 타고있던 특수선박이 침몰하는 바람에 실종된 양영식(33·부사관 후보생 131기) 상사 등 부사관 4명은 선박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승조원 5명 중 유일하게 구조된 김경석(24·부후 188기) 하사는 21일 "대원들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마지막 남은 엔진이 멎고 전원까지 차단됐지만 배 안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퍼내며 끝까지 선박을 지키려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대원들은 바닷물이 눈 깜짝할 사이 선실로 밀려들자 선박을 포기하고 비상탈출을 시도했으나 그 순간 2c가 넘는 파도가 쳐 실종됐다고 김 하사는 전했다.

공포감을 이겨내며 동료애와 희생정신을 발휘한 이들은 평소에도 모범적인 군 생활과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1주일 전 다른 특수선박 정장으로 부임했던 양영식 상사는 신속한 업무 파악을 위해 자진해서 함종이 같은 사고 선박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 선박 정장 이기주(34·부후 132기) 상사는 1999년 연평해전 때 참수리 292호정 조타장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작전을 완수해 전투유공 장관표창을 받았다. 신혼의 단꿈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 기관장 오길영(31·부후 153기) 상사 역시 탁월한 선박정비 기술로 수차례 표창을 수상했다.

실종된 4명 중 유일하게 육군 훈련 통제관 자격으로 선박에 올라탔던 김광우(36·장학 270기) 원사는 3남1녀를 둔 넉넉지 못한 살림 속에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였다. 그는 내년 2월 동부산대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만학도이기도 했다.

해군은 사고 직후 공군 및 해경과 함께 함정 100여척과 항공기 40여대를 동원해 반경 40마일 해역에서 수색을 펼쳤으나 실종자들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해군은 구조작전을 계속할 방침이나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22일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상승관에서 합동영결식을 가진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봉안키로 했다. 해군과 육군은 마지막까지 희생정신을 발휘한 실종자들에 대해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한편 군 내에서는 훈련 지휘부가 기상상황 악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훈련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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