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소 청구서 결정까지/처음엔 "설마"…1주일 전부터 이상기류 예상밖 결과에 주심재판관 "법대로 한 것"‘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이 내려진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은 선고 1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30분 일찍 도착한 정부측 오금석 변호사는 "곧 결과가 나올 테니 지켜보자"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반면, 10여분 뒤 도착한 청구인측 이석연 변호사는 "위헌을 확신한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날 재판에 정부측 하경철 변호사와 양삼승 변호사는 미리 선고 결과를 알기라도 한 듯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후 2시 정각 대심판정에 입장한 윤영철 헌재 소장은 발표 도중 몇 차례 물을 마셨을 뿐, 재판관들이 낸 3가지 의견에 대해 27분간 쉬지 않고 설명했다.
마침내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며 최종 입장을 밝히는 순간, 방청석은 충격을 받은 듯 크게 술렁였다.
청구인측은 희색이 만연한 채 방청객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정부측은 입을 꼭 다문 채 심각한 표정으로 재판정을 떠났다. 청구인측 이 변호사는 "헌재의 역사적인 판단을 환영한다"며 "헌재가 명확하게 판단해 이론의 여지가 없도록 못 박은 만큼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홀로 재판에 참석한 정부측 오 변호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법 이론적으로는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다수의견은 정책판단에 따른 것으로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이상경 재판관은 퇴근길에 "의외의 결과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대로 한 것"이라고 차분히 답했으며 "이번 결정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농담성’ 답변을 건넸다.
이번 헌재 결정을 둘러싼 뒷얘기도 무성하다. 당초 헌법소원이 청구된 직후만 해도 "설마 위헌 결정을 하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마지막 평의가 열린 지난 14일부터 헌재 주변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사회적으로 치열한 분쟁이 일고 있던 사안인데도 회의가 속전속결로 마무리 된 것. 일각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각하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으나 이날 윤 소장이 본안 설명에 앞서 위헌 사유 2개, 각하 사유 1개를 들면서 판세가 기울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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