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유혹이 아무리 커도 여러분들의 동지애만큼은 크지 않아요."20일 628회째를 맞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서울 수송동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에는 멀리 필리핀에서 온 도마사 사리노구(76) 할머니가 참석했다. 14세 때부터 고향인 필리핀 파이나섬에서 위안부 생활을 한 사리노구씨는 생존해 있는 200여명의 필리핀 위안부 할머니 중 유일하게 일본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을 받지 않아 유명해진 인물.
국민기금은 아시아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국민이 1995년부터 모은 성금. 95~97년 필리핀 위안부에게 1인당 500만엔씩 이 기금이 지급되었지만 사리노구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공식 배상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홀로 작은 옷집을 하며 전쟁 고아 4명과 함께 어렵게 살아 온 할머니로서 국민기금은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사리노구씨는 이날 집회에서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과 같이 일본의 물질적 유혹을 뿌리친 동지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본정의평화위원회 등 위안부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단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공식 사과하고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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