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라 생각할 것이다. 대만, 홍콩 합작영화 ‘20 30 40’도 사랑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신 ‘20 30 40’이라는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20대, 30대, 40대를 대표하는 세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각 세대에게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담담하게 이야기한다.부모의 간섭을 피해 가수가 되고 싶어 대만으로 도망쳐 온 20대 말레이시아 화교 샤오지(리신제)는 대만 소녀 통을 만나 합숙훈련을 한다. 30대의 스튜어디스 시앙(르네 리우)은 유부남과 연하 남자를 오가며 육체를 탐하지만, 결혼은 생각조차 않는다. 릴리(실비아 창)는 꽃배달 가게를 운영하는 40대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사랑이라는 단어로부터는 조금 비켜서 있다. 이들 3명의 여자는 타이베이에서 지진이 일어난 후, 각자의 존재를 뒤흔드는 심각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돌 그룹을 꿈꾸는 샤오지는 통과 점점 가까워지고, 둘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남자가 끼어 들고 샤오지의 ‘특별한 사랑’은 난관에 봉착한다. 시앙은 주변에 욕망을 달래줄 남자들은 많지만, 자신의 마음을 끌어 안아줄 진정한 애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꽃배달을 갔다가 우연히 남편이 딴 살림을 차리고 있음을 알게 된 릴리는 이혼을 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다.
‘20 30 40’은 아무 인연이 없는 세 여자들의 삶을 강약 없는 화법으로 보여주지만, ‘여자의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고독도 매끄럽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려 놓은 이야기를 수습하기 힘들다는 듯, 세 여자의 상처를 서둘러 봉합해 관객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세 주연 배우가 음반 프로젝트 ‘20 30 40’을 발전시켜 영화로 만들었다. 그중 심동(1995년)을 연출한 실비아 창은 감독까지 겸했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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