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엊그제 독일 베를린에서 국내 일부 언론을 비난한 발언은 권력측의 위험한 언론관을 드러내면서 총리직에 어울리지 않는 폭언의 구사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파원들과 가진 그 자리는 해외출장의 마지막 여정이었고, 술도 곁들여졌다고 하는데, 흔히 마음이 풀어지고 피로도 겹쳐 과한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봐 주기에는 그 내용과 언사가 지나치다.이 총리가 거론한 특정 신문들과 이 정권 사이가 어떤지를 이 총리처럼 정치권력적으로 따질 생각은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논하기 이전에 이 총리의 말과 생각이 너무 과격하고 원색적이다.
이 총리는 그 매체들에 대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영원한 야당을 할 것이다"고 했다. 또 그 신문들이 "내 손 안에서 논다"고도 했다. 일국의 총리가 언론을 정권 투쟁의 상대로 인식하고 있음이 딱하고, 언론을 말하는 권력자의 오기와 오만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그가 대통령의 권한도 나누어 위임받은 소위 실세 총리라니 더 그렇다.
구태여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언론의 속성과 기능과 역할은 모두 비판에서 출발한다. 비판이 잘못됐거나 그 비판을 방어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정책으로 반론하거나 증명하는 자세가 정부나 권력이 취해야 할 바일 것이다. 비판을 불만으로만 대하고, 그런 매체를 자신의 입맛에 따라 평가하거나 분류하려든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수없이 경험했던 독재적인 태도다.
내실있는 정책으로 올바른 국정을 펴고 국민과 나라가 편안하게 살아간다면 가혹한 비판이 나올 리도, 먹혀들 리도 없을 것이다. 정부나 언론의 권리와 의무도 국민을 발판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듣고 싶지 않은 극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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