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어렵사리 '국보법 폐지 후 형법보완'을 당론을 정한 이후 당내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지난 9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소속 당직자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안영근 제2정조위원장 등 안개모 소속 당직자들이 집단 사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안개모 소속 정조위원장 4인의 동반사퇴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과 안병엽 제4정조위원장, 조배숙 제6정조위원장 등은 20일 오전 긴급 모임을 가졌다. 한 참석 의원은 "당초 국감 이후 집단적으로 사퇴하는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당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은 야당과의 협의과정에서 대체입법안이 관철되도록 힘을 보태자는 식의 얘기만 나눴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직사퇴 등 집단행동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개별적으로는 당직사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실제 이들의 동반당직사퇴여부는 국보법 폐지에 대한 여론, 여야협상 상황, 지도부의 태도 등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폐지 반대여론이 클 경우 집단사퇴를 지도부를 제지할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 안 위원장은 여러 원내 관계자로부터 당직과 안개모 활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사실상 사퇴 압력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 벌써 지도부와 신경전을 시작했다.
특히 안 위원장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다른 정조위원장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에 조 위원장 등은 "안 위원장이 사퇴 얘기를 했다면 나도 고민해봐야겠다"고 동조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원내대표측은 사퇴압력설을 부인했다. 천 대표의 한 측근도 "안개모측이 모임을 가진 뒤 천 대표에게 일부 보도가 과장됐으며 당내에 분란을 가져올 만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천 대표는 이날 밤 국회에서 원내부대표단 회의를 주재하며 "당직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안개모의 경우 국보법 폐지당론에도 불구하고 국보법 폐지반대에 대한 소신이 여전해 향후 당지도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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