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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심각해졌어요"/춤꾼 안은미 신작 ‘렛츠 고’ 다국적 무용수 6명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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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심각해졌어요"/춤꾼 안은미 신작 ‘렛츠 고’ 다국적 무용수 6명과 준비

입력
200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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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베를린으로 떠난 까까머리 춤꾼 안은미(41·사진)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받아 세 달 만에 서울에 다시 나타났다. 독일에서 만든 신작 ‘렛츠 고’(Let’s Go)를 22, 23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선보이기 위해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다국적 무용수 6명을 이끌고 왔다.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춤으로 유명한 그녀는 여전히 씩씩하고 유쾌한 모습이다. 자유분방한 행동과 말투도 예전 그대로다. "이번 작품은 나 자신을 위해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만든 거예요. 능동적이고 열린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

그녀는 무용가로서 자신의 삶을 세 시기로 구분한다. 뉴욕에서 9년, 한국에 돌아와 대구시립무용단 단장으로 3년 8개월, 다시 베를린으로 근거지를 옮긴 지금이다. 단장 자리를 박차고 베를린으로 간 것은 좀 더 자유롭게 유럽에서 마음껏 활동하고 싶어서다. ‘렛츠 고’는 이달 중순 부퍼탈 등 독일 3개 도시에서 열린 피나 바우쉬 페스티벌에서 발표한 작품. "보면 알겠지만 별로 웃기는 데가 없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사실 안은미가 그동안 좀 웃겼잖아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심각하고 조용해요. 움직임도 아주 미니멀하죠. 제가 변했거든요. 이제부터 쓸데 없는 말 안하고 살기로 했어요."

조용하고 심각한 안은미라니, 이거야말로 심각한 변화다. 꼬리뼈에 성냥불을 당긴 듯 미친듯이 춤추며 몸의 유머를 구사하던 그녀가 아닌가. 과연 어떻게 변했는지, 이번 공연이 말해 줄 것이다. 동행한 무용수들은 그와 작업하는 게 무척 재미있다고 했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에 몰두하는 요즘 유럽 안무가들과 달리 몸 그 자체로 춤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연습실로 김밥과 김치를 싸들고 와서 무용수들을 먹이고, 다친 무용수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인간적 접근법에도 다들 반한 눈치다.

"한국인의 뜨거운 에너지를 내 춤을 통해 서양인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동양에 대한 환상을 깨고, 동시대인으로서 동서양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고 싶다. 삶이 너무 비극적이어서 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안은미식 활력의 비밀이자 그녀가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지낼 것임을 믿게 하는 말들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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