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고유가 행진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수출이 하락 일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9일 보도했다.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로 몰려들었던 수출 주문이 급감하면서 아시아 경제가 정점을 찍고 하강 중이라는 징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수출 증가율을 분석, "한국의 경우 올 2월 수출 증가율이 60.4%에 달했다가 9월 3.1%로 급전 직하하고 대만도 46%에서 11.6%로 크게 하락했다"며 "이 지역 수출 증가세가 2003년 말과 올 초 정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출 둔화의 원인은 고유가로 분석됐다. 경제학자들은 고유가와 이에 따른 물가인상으로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이 아시아 상품을 구매할 여력이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기 거품을 제거하려는 중국 당국의 ‘거시 조정’도 아시아 지역의 성장을 주춤케 한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이 신문은 "아시아 경제가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로 넘어가고 있음이 완연하며 2005년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유럽과 미국이 수출 기지를 아시아로 이전한 상황에서 아시아지역의 수출 둔화는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했음을 의미한다"며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거론한 뒤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이들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 경제침체가 더욱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6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들은 대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수출의존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의 경우 96년 21%였던 수출의존도가 현재 41%로 증가했고, 베트남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는 여전히 수출이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신문은 "한국은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 99년 신용카드를 대량 발급했지만 오히려 악성부채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획기적인 수출 증가가 없다면 한국 경제는 침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성원 미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은 "아시아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과도한 수출 의존"이라며 최근의 수출 부진이 아시아 각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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