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롤스로이스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40년이나 됩니다. 연구·개발(R&D)은 물론 생산 협력 면에서 그 인연을 소중히 이어나가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도 롤스로이스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영국 롤스로이스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로즈(52·사진) 경은 지난 12일 주영 한국대사관이 마주보이는 런던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롤스로이스와 한국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며 한국 시장에 대해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롤스로이스는 1963년 대한항공이 도입한 항공기에 엔진을 공급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영국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그는 "상당수 한국민들이 롤스로이스를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로 알고 있다"는 말에 "롤스로이스는 세계적인 ‘동력 시스템 제조 및 서비스 전문기업’"이라며 "핵심 역량은 현재 전 세계의 지상과 하늘, 그리고 바다에서 운용되고 있는 5만4,000대의 ‘가스 터빈 엔진’에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롤스로이스의 핵심 사업은 민간 항공, 군사 항공, 해양, 에너지 등 4개 부문에서 엔진 등 동력 시스템을 제조·판매하고 사후 유지관리 서비스를 하는 것.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98년 폴크스바겐에 매각됐다가 현재는 BMW가 롤스로이스 자동차의 브랜드 및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 등 동력 시스템은 민·군용 항공기나 대형 선박, 발전설비 등에 채택될 경우 25~50년 이상 사용되는 중장기 사업 아이템이어서 판매 못지 않게 사후 유지관리(애프터마킷)가 중요하다. 실제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전체 매출(110억 달러) 가운데 40%(44억 달러)를 사후 유지관리 부문에서 벌어들였다. 존 로즈 경은 "동력 시스템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R&D)과 교육이 중요하다"며 "롤스로이스가 지난 5년간 50억 달러 이상을 R&D에 쏟아부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13일 미국 GE를 누르고 전일본항공(ANA)으로부터 보잉7E7기 50대분 엔진 100대(10억 달러)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 항공기 도입시 자사 엔진을 채택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총 10조원을 투입, 기동·공격 헬기 477대를 개발하기 위해 추진중인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사업 진출을 위해 우리 정부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 존 로즈 경은 "시장이 있으면 기술 이전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해 한국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경우 롤스로이스가 보유한 첨단 엔진제작 기술을 이전할 것임을 시사했다.
런던=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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