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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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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끝내줬다"

입력
200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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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오티스 연장14회 혈투 마침표…이틀 연속 ‘영웅’*휴스턴 켄트 9회말 스리런…카디널스에 2연패뒤 3연승

‘죽은 밤비노는 가라, 살아있는 오티스가 왔다.’

반세기 넘게 보스턴엔 수많은 별이 떴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40~50년대), ‘타격 3관왕’ 칼 야스트르젬스키(60~70년대), ‘포수왕’ 칼톤 피스크(70년대), ‘안타 제조기’ 웨이드 보그스(80년대), ‘최고의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90년대). 그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저주’를 푸는 것. 호사가의 말장난이라고 웃어 넘길 수 없었다. 보스턴은 1918년 이후 한번도 ‘반지의 제왕’에 등극하지 못했다. 미프로야구 역사를 빛낸 수많은 스타들조차 저주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흑인청년 한명이 있다. 그에게 녹색 다이아몬드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가난한 고등학교 시절 농구와 야구를 병행했던 그는 1992년 야구를 택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했으며 부상까지 겹쳤다. 손목 유구부 골절과 왼쪽 무릎 파열 등으로 병실에 틀어박힌 그에게 꿈은 멀어만 보였다. 97년 빅리그(미네소타 트윈스)에 데뷔했다. 실력은 그만그만했다. 힘과 끈기로 버텼다. 지난해 빨간양말(레드삭스)을 신으면서 물 만난 고기가 됐다. 2할8푼8리(31홈런)로 그 해 아메리칸리그 MVP 선정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올 시즌(3할1리, 41홈런)엔 활약이 더 두드러졌다.

그는 19일(한국시각) 보스턴 밤하늘에 빛나는 샛별이 됐다. 데뷔 7년차 데이빗 오티스(29)는 끝내기 안타 한방으로 장장 5시간50분(연장 14회말)의 혈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숙적 양키스와 겨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은 5-4 보스턴의 승리로 끝났다. 펜웨이파크를 메운 3만5,000여명의 관중은 ‘두 잇 어게인 파피(Do It Again, Papi)!’라고 적힌 팻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오티스의 애칭은 Big Papi). 오티스는 전날 끝내기 홈런으로 벼랑 끝(3연패)에 선 팀을 구한 주인공. 포스트시즌 3연패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사례는 없지만 보스턴 팬에게 3연패 뒤 두 번의 끝내기 역전승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틀 연속 오티스의 날이었다. 전날 5타수2안타4타점에 이어 오티스는 이날도 6타수3안타3타점2득점을 기록했다. 1회엔 선취 적시타, 2-4로 뒤진 8회엔 추격을 알리는 솔로홈런, 14회 2사 1, 2루에선 팀을 살린 끝내기 안타까지. 두 숙적은 뉴욕으로 옮겨 20일 6차전을 갖는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5차전)에선 세인트루이스를 3-0으로 꺾은 휴스턴이 한발(3승2패) 앞서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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