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스앤젤레스 코닥시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십계’(사진·The Ten Commandment)가 성경속 모세가 오랜 세월 광야를 떠 돈 것 같은 방황을 시작했다. 9월 18일 프리뷰를 시작, 같은 달 27일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버전‘십계’는 영화배우 발 킬머가 모세 역을 맡아 화제를 뿌린 작품. 3,000여석이나 되는 코닥시어터 무대를 가득 메운 세트의 규모나 원작의 방대함, 출연진을 놓고 봤을 때 분명 기대가 되는 뮤지컬이었다.‘십계’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집트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을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구원해 가나안 땅으로 인도해 가는 동안의 여정을 그린 것. 이미 영화 등을 통해 기독교인이 아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소재다. 당초 10월말까지 공연을 예정했지만 연말까지 연장공연이 될 것이 확실시 돼 내년 1월부터는 뉴욕의 라디오시티 뮤직홀로 자리를 옮겨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한판 승부를 보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막상 막을 올리고 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꼴이었다. 주인공 킬머의 노래 솜씨는 그를 보러 온 관객들을 씁쓸하게 했고, 작품 전체적인 구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받았다. 프리뷰 공연 동안도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일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고 리허설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모자람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제작진은 프랑스에 있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을 불러 재정비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당초 예정된 뉴욕공연 일정은 일단 미뤄진 상태고, 뉴욕 공연 후 전미 순회공연을 기획했던 제작진은 일단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비평가들은 이 공연을 "제작하기 위한 투자는 지나쳤고 작품을 만드는 작업은 모자랐다"며 충분치 못한 작품의 빈약함을 꼬집고 있다. 과연 이 작품이 광야를 방황하다 결국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 이스라엘 민족처럼 흥행에 성공할지는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듯 싶다.
브로드웨이 오버시스 매니지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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