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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1,745억 달러…너무 많다고 하는데/ 정답은 없어…환율방어 비용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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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1,745억 달러…너무 많다고 하는데/ 정답은 없어…환율방어 비용이 문제

입력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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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전인 1997년말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금고에 들어있는 달러가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자국 통화가 국제통화로 통용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외환보유액이 나라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군대처럼 필요불가결한 존재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많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군대든, 외환보유액이든 증강과 유지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죠.◆너무 많다 VS 더 늘려야

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745억 달러로 세계 4위입니다. 97년말(89억달러)의 20배이고, 외환위기를 벗어난 2001년말(1,028억달러)보다도 약 700억 달러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의원들이 과다보유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제 금융계에서 관행적으로 쓰이고 있는 적정 외환보유액 계산법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적정 수준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자금 등 단기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외화자금에다, 단기외채나 수입 등과 같은 필요 외환지급액을 합친 것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3분의 1+단기외채(만기 1년미만)+3개월치 경상수입액’이 척도로 사용됩니다. 이를 적용하면 적정수준은 대략 1,200억~1,500억 달러 정도가 돼 우리나라는 많게는 500억 달러, 적게는 200억 달러 정도 과다 보유한 셈이죠.

그러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국제 금융계의 계산법도 관행상 그렇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한국은행도 ‘유사시’에 대비한 규모로는 부족함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소규모 개방경제 등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북핵 리스크가 재발할 수도 있음을 감안할 때 굳이 빠듯하게 적정 수준 계산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을 뿐더러, 남북 통일에 대비해서도 외환을 더 비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지나친 원화절상을 막기위해 외환정책적으로 달러를 매입할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외환보유액 증가는 수용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은 내부에서는 3,000억 달러까지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과다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원화절상을 유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입니다.

◆문제는 환율방어 비용

문제는 외환보유액의 규모 자체보다 외한보유액이 급증한 원인에 있습니다. 외환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율이 급락(원화절상)하자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섰습니다.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 경쟁력을 위해 시장개입은 불가피했지만, 그 정도와 방법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1년사이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것은 당국의 시장개입(달러매입)에 크게 기인했습니다.

당국은 이례적으로 역외 선물환 시장까지 개입했지만, 통상 시장개입은 ▦한국은행이 돈(본원통화)을 찍어 달러를 사거나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원화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경우 달러를 사들이고,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우선 본원통화가 동원되면, 한은은 과잉 공급된 통화를 환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합니다. 채권을 발행해 시중의 돈을 흡수하는 것이죠. 그러나 통안증권 누적액이 쌓이게 되면 이자지급도 늘어나고, 이자지급에 따른 본원통화 증가분을 흡수하기 위해 또다시 통안증권을 발행하게 됩니다. 8월말 현재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126조원으로 2002년말 84조원에서 42조원이 증가했습니다. 통안증권 이자만도 매년 5조원씩 나가고 있습니다. 한은이 올해 10년만에 적자위기에 처한 원인도 바로 통안증권 이자부담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가 메워줘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 부담인 셈이죠.

외평채를 발행하는 식의 시장개입에도 많은 비용이 따릅니다. 외평채 금리는 발행 당시 국고채 수익률에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되지만, 운용수익률은 미 재무부 채권 정도입니다. 매입한 외화는 주로 안정적인 미국채에 투자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통상 국내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외평채 조달비용은 높고 운용수익률은 낮아 이차손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감자료를 보면 이런 이차손이 지난해만 8,799억원이며 누적으로는 작년말 현재 2조9,700억원에 달합니다. 이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든 환율하락이 대세임에도 불구, 무리한 환방어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액의 원화환산 가치가 떨어져 환차손까지 발생합니다.

무리한 시장개입으로 인한 외환보유액 증가가 국민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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