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8일 대학 입시에서 본고사와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한 정부의 ‘3불(不)정책’ 의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정 총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3불정책은 대학에 대한 제약이므로 (교육위) 위원들이 3불정책을 재검토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는 대학총장 1명의 의견을 따를 게 아니라 여론을 수렴할 문제"라고 공론에 부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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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장은 일부 사립대의 고교등급제 실시 논란에 대해 "등급제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고교간 학력차가 엄존하므로 그것을 고려해 학생을 뽑는 행동을 이해한다"며 "학생 선발권은 반드시 대학에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이런 의견이) 현행 교육정책에 반(反)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가 이것을 고쳐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고교등급제 적용을 금지한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수정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정 총장은 대입 본고사에 대해 "본고사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열어 둬야 한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고, 기여입학제에 대해선 "서울대 총장으로서 서울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만 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이어 중·고교 평준화 폐지 소신을 재확인한 뒤 "우리나라처럼 18세까지 학생을 전혀 거르지 않고 대입시를 위해 일로 매진하는 나라는 없다"며 "어릴 때 철이 든 학생들이 걸러져서 좋은 중·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계층 이동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의 발언을 두고 여야는 찬반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서울대 총장으로서 대학의 학생 선발권만 중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공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공격한 반면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3불정책 같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대학 경쟁력은 살아날 수 없다"고 정 총장을 두둔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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