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노조가 87일간의 파업을 접고 업무로 복귀했다. 아직 완전복귀는 아니고 부분파업으로의 전환이다. 공공기업 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 파업이다. 노조는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파업을 강행해 왔고,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빗나간 파업관행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라면서 오기로 버텼다. 지하철 배차 간격이 한동안 15분에 이르렀으니, 시민만 석 달 가까이 큰 피해를 입었다.파업을 통해 대구지하철 노사의 이기주의와 안이한 근무자세, 시민에 대한 무성의, 협상능력 부족 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 별다른 대형사고는 없었으나, 전동차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잇달아 시민은 불안하기까지 했다. 주민이 파업반대 성명을 내고 시민단체도 조속한 노사 협상타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으나, 노사는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이들은 ‘배차 간격이 약간 늘어났지만 시민은 별다른 불편을 못 느낀다’고 주장했으니, 그 무신경이 기막히다.
장기화 책임은 노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업이 장기화하기 시작했을 때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연맹은 파업지지 결의대회를 열어 이를 더 부추겼고, 노동부도 적극적 중재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구지방노동청장이 두 차례 노사대표 간담회를 가진 것 정도였다.
해당 지도자·기관의 무능으로 노조원이 겪는 고초는 컸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를 받지 못함에 따라, 최근에는 이탈자가 늘어 파업불참 노조원이 참가 노조원보다 많아졌다. 이번 장기파업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기주의적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노조는 완전 직장복귀를 서둘러 대구지하철의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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