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 비행기 소리가 납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죠." (변호사 A씨)"처음 쏘나타를 탔을 때 시동이 걸려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시동을 걸기 위해 열쇠를 돌린 적이 있습니다. 정숙성은 이제 일본차보다 낫습니다." (회사원 B씨)
‘사운드’가 프리미엄 자동차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를 무조건 없애는 데 집중하기 보다 각각의 소리가 완벽한 화음을 이루도록 하는 데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이제 자동차 소리는 ‘소음’(노이즈)이 아니라 ‘사운드’다.
‘사운드’ 기술에서 가장 앞서 가는 자동차는 BMW이다. 자동차 문을 닫을 때 나는 ‘철커덕’ 소리부터 방향지시등의 ‘똑딱’거리는 소리까지 BMW의 모든 소리는 차량에 가장 어울리는 화음으로 고안되고 있다. BMW코리아 김영은 이사는 "어떤 모델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엔진소리, 바람소리, 노면과의 마찰 소음 등이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듣기 좋은 ‘멜로디’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BMW는 원치 않는 소리를 억제해 주는 작업인 ‘사운드 클리닝’과 각종 소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링’에 두루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BMW는 모든 개발 부서에 사운드 담당자를 배치하고 있다. 사이드미러와 천장 안테나의 모습을 변형시켜 소음을 잡은 것도 이들이다. 특히 뉴 5시리즈의 경우 엔진이 적정 온도 이하일 때에는 라디에이터가 닫히도록 설계, 탑승자 뿐 아니라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숙함을 제공하고 있다. 또 BMW 가죽 시트는 특수 페인트로 마무리, 일반적인 가죽 소파와는 달리 마찰음이 거의 나지 않는다.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내용물이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글로브 박스 안을 부드러운 재질로 덧댄 것도 이러한 사운드 공학의 결과다. 배기량 3,000㏄, 6기통의 똑같은 엔진이라 해도 3시리즈에 장착됐을 때는 날렵한 느낌을, 5시리즈에서는 신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음색을 조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현대차도 최근 현대·기아연구개발본부 시험3팀이 주축이 돼 현대차만의 ‘브랜드 사운드’(Brand Sound)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브랜드 전략에 따라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데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며 "이미 현대차도 ‘세련되면서도 당당한 소리’(Refined & Confident Sound)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신형 ‘쏘나타’의 경우 고객들의 ‘선호 사운드’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고성능과 정숙성을 겸비한 쎄타엔진 개발’, ‘고강성 차체 설계’, ‘조화로운 섀시 개발’ 등으로 ‘쏘나타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물론 2만~3만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이 서로 삐그덕 거리는 잡음을 완전히 잡고 나아가 이를 ‘사운드’로 발전시킨다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탑승자는 불쾌한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에만 온갖 신경을 집중하게 되고 결국 해당 차량이 전체적으로 형편 없다는 결론을 내 버린다"며 "완벽한 화음이야말로 이제 프리미엄 자동차를 구별 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도 "이탈리아 자동차가 경쾌한 엔진 소리를 자랑하는 반면 일본 자동차가 소리를 없애는 데에 골몰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국민성과도 관련이 깊다"며 "우리나라 자동차 소리도 이제 ‘색깔’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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