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공익성이 꼽힌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방송사 스스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공익성 강화를 외쳐 왔다. 그러나 지난주 MBC와 SBS가 메인 뉴스를 통해 벌인 상대 흠집내기 공방전은 방송의 공익성이 자사 이기주의 앞에서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다툼은 SBS의 재허가추천 심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연일 보도한 MBC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던 SBS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M BC의 땅투기 의혹을 내보내자 M BC도 이에 맞서 ‘봉이 윤선달?’ 등 감정적 보도를 쏟아내면서 확산됐다. MBC의 투기의혹이나 SBS의 경영세습논란 등이 그 자체로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감에서 나온 정쟁차원의 질의를 입맛대로 골라 상대편 공격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SBS가 누구든 맘 놓고 때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SBS 간부), "이 기회에 SBS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분위기다"(MBC 기자) 등이 싸움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양사의 보도태도는 ‘광분’에 가까웠다. MBC의 경우 뉴스데스크에 많게는 10여분 가까이 관련기사를 다섯 꼭지나 내보내는가 하면, ‘정권이 바뀌자 SBS의 이념과 목표에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덧칠이 가해졌다’ ‘MBC의 땅 구입시기는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던 때와 일치한다’ 등 악의적 표현까지 남발했다. 다행히 SBS의 노조와 기자협회가 ‘시청자의 권익을 무시한 감정싸움’에 대한 사과와 자제를 선언하자, MBC도 16,17일 SBS 관련 보도를 내보내지 않아 다툼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그러나 양사는 방송의 생명인 공익성에 스스로 큰 상처를 냈다. 시청자들은 "당리당략에 빠져 맨날 싸움질 해 대는 정치권과 뭐가 다른가"라고 묻고 있다. 이희정 문화부 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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