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을 위한 ‘호르몬대체요법’(HRT)의 위험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식물성 호르몬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받고 싶어도 호르몬 대체요법의 유방암 심장병 뇌졸중 같은 부작용 위험 때문에 이를 꺼리는 여성들에게 콩을 비롯, 달맞이꽃 종자유, 석류 추출물, 가리비 조개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 여성호르몬 소재들이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고려대의대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들은 과장된 광고를 통해 천연여성호르몬이 갱년기 치료요법에 적합한 제품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성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호르몬 대체요법의 대안으로 추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생리적 활성을 나타내는 식물성 성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식품에서 식물성 에스트로겐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폐경기 치료제로 적합한지 평가하기에는 현재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어느 학자도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량이나 종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인체를 대상으로 시험한 임상자료 역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정량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투여해도 장에서의 대사, 혈중 농도, 소변에서의 배설량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예찬자들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골소실의 예방효과가 있으며, 특히 경증의 안면홍조를 개선시키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대체요법을 실시할 때 안면홍조를 7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면,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45~50%는 감소효과를 보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안면홍조 개선효과조차 거의 얻을 수 없다는 의견이 오히려 우세하다. 최근 발행된 미국 산부인과학회지 10월호에 따르면 ‘콩에서 추출된 식물성 호르몬이 안면홍조 같은 갱년기 증상을 개선시켰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콩 제품을 복용한 갱년기 여성 2,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짜약을 복용한 대조군과 갱년기 증상의 개선 효과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이들 천연 여성호르몬이 약물로 복용하는 에스트로겐 용량에 비하면 함량이 극히 적다는 점에서 갱년기 증상을 개선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가장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콩을 매일 한 컵분량(이소플라본 300㎎)씩 먹더라도 실제 갱년기 치료제를 대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는 것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석류를 섭취해 호르몬제 한 알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으려면 과육은 물론 씨까지 뱉지 말고 700~800개는 먹어야 한다. 이만큼 먹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만약 먹더라도 폐나 위를 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호르몬제를 폐경기 치료제로 평가하기엔 아직 연구자료가 불충분하므로, 갱년기 증세가 심한 여성은 에스트로겐 또는 황체호르몬은 아니면서, 유사한 속성을 가진 합성호르몬제제 복용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한다. 이미 국내 갱년기 치료제 시장에선 합성호르몬제제인 티볼론 제제가 각광받고 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