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토지사기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된 복모(58)씨 일당 3명. 이들은 해방 후 국가에 귀속된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소재 660평의 땅이 여전히 일본인 A씨 명의로 남아있는 사실을 알고 토지사기를 공모했다.원소유주인 A씨에게서 토지를 매입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미고, 대금영수증과 주민등록초본 등을 위조해 지난해 3월 법원에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게 사실확인을 시도했지만 명의만 남은 A씨의 답변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의제자백(답변이 없으면 소송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는것)’ 원칙에 따라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부의 국유지 관리의 허점을 이용한 이 같은 소송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응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법원은 이들이 위조한 문서와 이들이 내세운 ‘직업증인’에게 번번히 속아넘어가고, 국가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검찰은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복씨 일당의 범행도 그 땅을 경작해온 인근 주민의 제보가 없었으면 묻힐 뻔했다.
올해 서울고검이 문서위조와 위증 등의 소송사기를 적발한 건수는 3건. 지난해 고검에서 처리한 국가상대 소송이 1,400여건으로 이중 상당수가 토지관련 소송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치다. 게다가 한해 3,000여건에 소송가액만 3조원에 육박하는 국가소송에서 국가의 승소율은 평균 3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에는 국가가 소송시한을 실수로 넘겨 패소한 경우도 있었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상소시한을 넘겨 국가가 패소한 사건이 10건이었고, 해당 정부기관이 검찰에 제때 알리지 않아 변론준비가 이뤄지지 못한 사례도 139건에 달했다.
변호사 출신의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서울고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등기권리증을 위조하고 ‘직업증인’을 내세워 국가를 상대로 손쉽게 승소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며 “과거 등기소의 관인을 모아 비교 분석만 해도 간단히 적발할 수 있는 데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변호사들을 고용해 국가소송을 전담케하는 ‘송무공단’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고검도 지난 6월 ‘송무내실화 기획팀’을 만들어 송무전담검사제 등 40여 가지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이달 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 송무담당 검사를 2~3년간 인사대상에서 배제, 전문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고검 조균석 검사는 “6월부터 검사가 직접 주요 민사ㆍ행정소송 법정에 참여, 위증ㆍ위조 사범 적발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국가소송 규모가 커 승소율을 1%만 높여도 한해 수백억원의 국유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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