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대관령 아랫동네에서는 솔잎 검불을 소갈비라고 부른다. 가을이 깊어 온 산의 검불이 날려 땅에 쌓이면 집집마다 겨울 땔감 준비를 한다.예전엔 그것을 갈퀴로 긁어 바로 땔감으로 쓰기도 하고, 장작불을 지필 때 불쏘시개로 쓰기도 했다.대처로 나간 아들이 도시처녀를 만나 결혼해 시골집에 내려왔을 때,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이렇게 분부한다. “얘야, 방이 식어 할머니 추우시겠다. 부엌에 나가 소갈비 한 삼태기 더 넣어라.”
도움을 청할 신랑은 친구들과 어울려 밖에 나갔고, 새 며느리는 어머니의 분부대로 일단 부엌으로 나간다. 그러나 소갈비를 어떻게 땔감으로 쓴다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또 그것이 어디 있다는 것인지 온 부엌과 뒤란을 뒤져도 갈비는 커녕 소털도 보이지 않는다. “소갈비를 넣으라는데도, 얘가 무얼 하고 있냐?” 어머니는 짐짓 모른 체하고 다시 분부하고, 며느리는 아무리 찾아도 소갈비가 없다고 울상을 짓는다.
아내는 지금도 그때 자신이 치른 새색시 신고식을 두고두고 얘기한다. 아내 한 사람뿐이 아니라, 우리집의 네 며느리 모두 어머니한테 땔감도 모르는 철없는 며느리로서 ‘소갈비 신고식’을 치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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