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초 국민은행 상근감사 내정 인사가 취소됐다. 두 번 째다. 1주일새 ‘내정 →취소 →내정 →취소’의 반복이다. 경위야 어떻든 국민은행은 회계스캔들에 이어 국내 최대 은행으로서의 자존심을 다시 한번 구긴 셈이 됐다.감사 인선 과정을 돌이켜 보자. 5일 저녁 국민은행은 임원 회의에서 금융감독원 임원 L씨를 차기 감사에 내정했다. 당사자와의 상의도 없었고 사후통보도 없었다. 그러나 이미 수개월 전 국민은행 감사 행(行)이 사실상 내정됐던 L씨는 국민은행의 무리수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자 이틀 만에 고사의 뜻을 밝혔다.
국민은행은 부랴부랴 7일 전직 금융인 K씨를 새로운 감사 후보로 내정했다. 하지만 다시 “시간을 두고 좀 더 나은 인물을 찾아 보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나흘 뒤 열린 이사회에서 감사 선임 안건 자체가 취소됐다. 내정인사가 두 번이나 ‘없던 일’로 된 것이다. 국내 최대 은행의 감사 공백상태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애꿎은 인사들의 명예도 크게 훼손됐다.
이번 사태는 금융계의 뿌리 깊은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실은 금융 당국과금융회사의 합작품임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인 국민은행 측이 금감원 L씨를 굳이 감사로 원했던 것이나, K씨가 배척된 이유 중하나가 감독 당국 출신이 아니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K씨 내정이 취소된 직후 국민은행 한 인사는 “외풍의 바람막이가 될 강력한 인물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했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시장의 자율을 외쳐온 금융회사들이 낙하산 인사 관행을 조장해 온 또 다른 ‘손바닥’ 이었음을 해프닝은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부 이영태기자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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