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떼는 전쟁이나 사냥을 할 때, 이사 갈 때 집단으로 이동한다. 길을 잘찾는 노련한 개미가 앞장서면 나머지 개미들이 뒤따르는데 엄청난 수의 개미떼가 흐트러짐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페로몬이라는 특유의 외분비계 물질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다.이동규모가 가장 큰 것은 이사 갈 경우로 길이가 5km에 이르기도 한단다.이사는 홍수 같은 천재지변을 피하기 위함인데, 개미가 어떻게 그런 자연재앙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지는 미스터리다. 난파선의 쥐떼가 바다로 뛰어들듯 생존의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있지 않나 여겨질 뿐이다.
■ 돈 사람 기업 등의 해외탈출 바람이 거세다.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해외증권 투자규모는 90억달러로 지난 한해 투자액보다 34% 많았다. 기업이나 개인의 해외직접투자도 8월말 현재 33억7,4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62.5% 늘었다.
환치기 같은 불법 외환거래를 하다 적발된 액수도 7월말 현재 2조7,55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53% 늘어났다. 이민이나 유학을 알선하는 박람회마다 장사진을 이루는 것을 보면 해외탈출 열풍은 쉬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 일본의 시즈오카대학이 지난달 서울시민 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국과 주변국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한국에 태어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42.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다시 한국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의 연령층은 30대(51.5%)가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49%) 40대(34.7%) 18~19세(34.3%) 50대(30.5%)의 순이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전문직일수록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왜 이 땅을 떠나려는 것일까. 미국의 뉴스위크지는 ‘대탈출(exodus)’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무현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부유층들이 재산을싸들고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떠나는 사람들을 ‘난파선의 쥐떼’라며 손가락질만 한다면 희망이 없다.떠나고 싶게 만든 것이 정치라면,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것도 정치다.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더라도 살고 싶은 나라가 되면 떠나지 않을 것이요, 떠난사람도 돌아올 것이다. 방민준 논설위원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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