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약탈해간 고려불화를 훔쳐 국내에 반입한 무속인 김모(55)씨와 동료 황모(53)씨가 한ㆍ일 공조수사로 검거됐다.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홍훈 부장검사)에 의해 구속기소 된 이들은 1998년에서 2002년 사이 3차례 일본 사찰에 침입해 감정가 합계 34억원 상당의 고서화 47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절도한 그림에는 일본 국가지정 문화재인 고려불화 아미타삼존상(阿彌陀三尊像ㆍ감정가 10억원)과 성덕태자회전(聖德太子繪傳ㆍ6억원) 외에 고려불화로 추정되는 관경만다라도(觀經曼茶羅圖ㆍ2억원) 등 일본의 현 또는 시 지정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2002년 7월 일본에 불법체류 중이던 김씨의 동생(48)과 함께 관광객으로 가장, 일본 효고(兵庫)현 가쿠린지(鶴林寺)에 들러 10여 차례 현장답사를 한 뒤 사찰 보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 아미타삼존상 등 문화재 8점을 훔쳤다. 또 98년 6월 오사카(大阪) 에이후쿠지(叡福寺)에서 32점, 2001년 9월 아이치(愛知)현 린쇼지(隣松寺)에서 7점의 문화재를 훔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의 동생은 가쿠린지에서 훔친 성덕태자회전 등 7점을 가쿠린지 주지에게 되팔려다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이 "90년대 후반 어느 대학교수가 쓴 역사책에서 고려불화가 임진왜란이나 일제시대 때 약탈돼 일본의 여러 사찰에 소장돼 있다는 내용을 보고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훔친 일본 문화재는 김씨 동생에게 맡겨 처분토록 하고 아미타삼존상 등 한국 문화재 5점만 가방에 넣어 귀국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아미타삼존상을 국내에 반입한 뒤 중간상에게 1억1,000만원에 판매한 만큼 재산적 동기에 의한 절도로 판단되고, 김씨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빗나간 애국심'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아미타삼존상과 관경만다라도 등은 이미 국내에서 몇 차례 거래된 것으로 추정되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문화재를 소유한 사람이 장물인 줄 알고 취득했다면 이를 압류해 일본에 돌려줄 계획이지만, 정상물품으로 알고 합당한 가격에 구입했다면 민법상 선의(善意) 취득의 원칙상 일본에 돌려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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