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는 순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어지러움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현실에서의 탈출에 대한 안도감에서 오는 오랜만의 자유로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과속으로 달려온 엔진의 과열로 오는 충격이었던 것 같다.과속을 하면 당연 엔진이 과열되는 줄 알면서 왜 그토록 과속으로 달려 왔을까? 아마도 아무개 집단의 아무개라는 이름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아무개 집단의 아무개는 나의 형식적인 이름에 불과한데.언젠가 대학강단에서‘Who are you?’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내 질문에 난감해 하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내 이름은 아무개라는것은 형식적인 이름에 불과하다. 리얼 네임(real name)을 말해 보라.”
예를 들면 내가 입고 있는 셔츠를 보자. 분명 안쪽에 회사에서 만든 상표가 붙어 있을 것이다. 그럼 내 셔츠의 이름은 이 상표인가? 아니다. 리얼네임은 100% 면으로 만든 분홍색 셔츠이며, 목은 동그랗게 처리돼 있고, 소매길이는 팔꿈치 위에서 반쯤 덮고 있으며, 특히 결이 아주 고운 면으로되어 있어 입었을 때 촉감이 좋아 파자마 대용으로 이용할 정도다. 자 이쯤이면 이해가 될까?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나의 리얼 네임을 찾는 것처럼 그림을 감상하라”고 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보고 평가하지 말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림의 리얼 네임을 찾아보자고.
어쩌면 평생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나를 찾아가는 길’ 일 것이다. 우리는 왜‘나를 찾아가는 길’에 평생을 바칠까? 나를 찾아가는 것은 나의‘행복’을 찾아 가는 것이다.‘행복’을 찾기 위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언제든 내 이름 아무개를 버리고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신정아 성곡미술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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