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정감사에서는 각각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감사에 나선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은 채 정부가 추진하는 ‘2단계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겸영)’ 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행 연기를 주장했다. 의원들은 정부 방침대로 내년 4월부터 은행에서 자동차 보험과 보장성 보험까지 판매하게 되면 보험 설계사의 대량실업이 불가피하고 보험사 경영도 악화돼 부도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특히 과천 청사에서 열린 재경위 국감에서는 보험설계사가 오전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설계사들의 다급한 현실을 증언하고, 오후에는 청사 앞 광장에서 중년 여성 설계사 1만여명이 ‘2단계 방카슈랑스’ 반대 집회를 벌이는 등 조직적인 단체 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재경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은 “1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은행계 보험사의 판매실적은 2,304%나 증가했으나 은행과 제휴하지 않은 중소 보험사의 실적은 20%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단계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경우 대량 실업사태는 물론이고 은행계 및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시장까지 재편돼 토종 보험회사의 몰락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정무위의 금감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 은행들은 보험료가 15% 정도 낮아진다고 강조했으나 인하 효과가 전혀 없었다”면서 “방카슈랑스를 시행한 은행들은 사업비를 보험사에 전가하거나 막대한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들은 ‘저렴하고 편리하게 보험상품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출상품과 끼워파는 ‘신종 꺽기’ 등 새로운 문제만 양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논쟁을 벌였던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과 김양수 의원도 ‘방카슈랑스 확대’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지난 1년간의 방카슈랑스 1단계 시행에서 보여준 은행의 시장잠식을 고려하면 2단계 확대로 보장성보험 시장이 개방될 경우 2006년까지 보험설계사의 38%에 해당하는 7만명의 축소가 불가피하며, 2007년에는 1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보장성 보험이 은행으로 쏠릴 경우 보험사의 경영여건이 악화돼 6년후에는 보험사 8개 정도가 퇴출되며, 이에 따라 10조~2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으나, 2단계 방카슈랑스는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헌재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금감위에서 지난 1년간의 실적을 점검하고 있으므로 문제점이 나오면 이를 수렴해 2단계 실시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방카슈랑스 확대방안이 은행과 기존 보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않다”면서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벌이고 있는 ‘이전투구’식 갈등을 비판했다. 이영태기자ytlee@hk.co.kr , 조철환기자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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