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오랜 준비를 거쳐 하는 것이라 청첩장을 찍지만 부고는 갑작스러운 일이라 미리 준비할 수가 없다. 어른이 되어 개인적으로 부고장을 받아본적이 없다. 모든 연락이 전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내 어린시절엔 부고가 인편으로 왔다. 급히 인쇄를 한 것도 있지만, 맨 종이 위에 가는 붓으로 직접 쓴 부고도 있었다. 우리는 비슷한 모양의 청첩장과 부고장이 늘 헷갈렸다.
할아버지는 청첩장은 방안으로 들여도 부고는 마당과 마루에서 받아 읽지 그것을 절대 방안으로 들이는 법이 없었다. 방안엔 조상님들의 혼령만 들이기 때문이다. 마루에서 읽은 부고를 처마 아래에 매달아놓은 부고망태에넣어 보관했다.
어쩌다 우리가 부고를 방안에 들이면 난리가 났다. 학교에서는 대체 무얼가르치느냐고 호통을 치셨다. 그러면 어린 나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할아버지, 학교에선 그런 거 안 가르쳐요.”그러면 할아버지는“그럼 대체 학교에선 그런 것도 안 가르치고 무얼 가르치느냐고” 또 야단하셨다.
어느 가을 아침, 신문에 난 어느 집안의 부고를 보다가 잠시 그 시절이 떠올라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께 절을 올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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